2008년 12월 세계적인 여행 전문 매거진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ler)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호텔 베스트8'을 선정했다고 한다.
이 잡지를 본 적은 없다. 이 잡지의 보도를 인용보도한 <서울신문>의 인터넷뉴스 <나우뉴스>를 보았을 뿐이다. 유명한 잡지인지 아닌지도 사실 모른다.
아무튼 기사 제목이 그럴듯 했다. 뭔가 죽기 전에 결행을 해야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띤 것은 몰디브의 반얀트리. 명단의 8개 호텔 중 도쿄에 있는 곳을 빼고는 그나마 가까운 곳인데다가, 사실인지 모르지만 몰디브가 곧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절박감까지 더해졌다.
올 여름에 몰디브 반얀트리를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역시 비쌌다. 이런 저런 경비 다 각오하고 일주일 쉬다오려면 1인당 400만원정도 필요했다.
나는 6살짜리 아이가 하나 있으니까, 돈 천만원을 각오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의 고민을 덜어준 여행사 직원의 멘트.
"그런데, 반얀트리는 아동 고객은 받지 않아요."
이럴 수가. 오직 어른만 받는다는 것인가? 그랬다. 오직 어른만 받는다고 한다. 반얀트리뿐 아니라 몰디브의 몇몇 리조트는 오직 성인만 예약을 받고 있었다.
여행사 직원은 아동을 받는 리조트 명단을 따로 뽑아줬다. 풀문, 코코팜 등의 이름이 있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사실 비용 때문에 가냐마냐하는 처지이지만 일단 화가 났다. 혹시 여행사가 귀찮아서 신혼여행만 팔려고 그런 것은 아닌지. 하지만 다른 여행사에 문의해도 마찬가지였다.
"리조트가 아이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풀장·해변·해상 방갈로 등이 아이에게 위험해서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설명을 들으니 좀 이해가 됐다. 아무튼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함께 몰디브 반얀트리에는 갈 수 없게 되었다.
반얀트리는 TV가 없단다. 완벽한 휴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나, 한국인들은 좀 지루해 하기도 한다고.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라는 잡지가 아무래도 외국 잡지라서 휴식의 개념이 우리와는 좀 다를 것 같기는 하다. 한국인은 쉬러가서도 밤에 뭘 해야 직성이 풀리니까. 쇼핑을 하든, 술을 마시든, 나이트클럽을 가든, 화투를 치든….
하지만 반얀트리는 '로맨틱 자연주의' 리조트이기 때문에 해지면 딱히 할 것이 없고, 해가 떠도 유유자적이라고 한다. 반얀트리를 못가게 된 나는 이런 반얀트리의 '약점'을 부각시키며 스스로를 달랬다.
※ 사진의 출처는 반얀트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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