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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Worldcup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응원석 사람들 - 추억 2002 월드컵 3

by walk around 2010. 2. 2.

축구장에서 응원은 하는 것도 맛이지만 보는 것도 맛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여성들은 축구장에 선수들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응원하는 것을 보러간다고 합니다. 실제 거리응원에 나선 많은 여성들이 축구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응원하는 분위기를 즐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축구장 응원석에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소란스러운 환경 때문에 분석적인 관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축구장의 아름다움 중 하나인 응원하는 모습을 정작 못 볼 수 있습니다.


축구장의 응원석 사람들은 정작 응원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 운이 좋으면 화면으로 보는 정도.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많은 사람들은 경기장 N석에 자리잡은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한 카드섹션을 즐겼습니다. 그러나 정작 N석의 사람들은 그 장관을 느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채 종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기도 합니다. 운이 좋으면 카드섹션의 모습을 전광판으로 보는 정도입니다.


N석에서 보이는 카드섹션은 이런 산만한 모습 --;

대형 태극기 등 통천을 펼쳐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2002년에 사용된 태극기는 그나마 새것이라 괜찮았는데, 축구 서포터가 사용하는 대형 통천은 대부분 위생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비도 맞고, 축축한 창고에서 보관되고, 비시즌을 지나며 곰팡이도 생기면서 일부 통천은 냄새도 끝내 줍니다. 응원석에 자리를 잡으면 본의 아니게 이런 통천 밑에서 숨을 죽여야 합니다.

정말 운이 나쁘면 이렇게 통천을 펼쳐든 순간의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골이 들어가는 모습을 못 보기도 합니다.


 경기장의 대형 통천은 정말 멋있다.
하지만 정작 통천 밑에 있는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고생하기도 한다.



통천 밑의 풍경.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천을 펼치고 응원하는 것을 즐긴다.
자신이 앞을 못보지만 자신들 덕분에 선수들이 힘을 내고, 관중들이 즐거워한다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