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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Worldcup

폴란드전이 열리던 날 새벽, 해운대에서 무슨 일이? - 추억 2002 월드컵 2

by walk around 2010. 2. 1.

2002년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에는 우루과이가 있었습니다. 우루과이는 남미 예선에서 턱걸이를 하면서, 오세아니아의 호주와 플레이오프를 거쳐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는 홈앤어웨이(home & away)로 진행되는데, 호주 홈 경기에서 호주가 1-0으로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11월 26일 우루과이 홈에서 2차전이 진행됐습니다.

호주 선수단이 입국하던 날, 우루과이 축구팬들은 공항에 나와 호주 선수단에게 공포감을 선물했습니다. 달걀도 날라 다니고, 주먹도 난무했습니다. 경기장 분위기도 호주 선수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호주가 승리하면 호주 선수단이 집으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우루과이는 위축된 호주에게 3-0으로 승리하고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사실 축구에서 홈의 의미는 상상 이상입니다. 한국은 홈의 이점을 2002년 월드컵에서 드라마틱하게 경험했습니다. 이 때문에 중요한 경기는 홈앤어웨이로 진행되거나, 단판으로 진행될 경우 제3국에서 진행되곤 합니다. 실력이 좀 떨어져도 개최국을 만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2002년 6월 4일 새벽. 한국과 폴란드의 2002년 월드컵 조별 예선 1차전이 열리던 날 새벽. 한국 축구팬들이 해운대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멀리 한 호텔을 향해서 한국 응원가를 불렀습니다. 당시 저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우루과이의 그것에 비해서는 작은 소리였습니다. 호텔에 소리가 들릴지 의심이 될 정도로 큰 소란은 아니었습니다.

애교 수준의 소란을 막으러 온 경찰들.
하지만 서로 당일 경기결과를 걱정하는 대화를 함께 나누는 분위기였습니다.

손님을 우대하는 한국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던 홈텟세. 하지만, 현장의 사람들의 마음만은 "폴란드 선수들이 잠을 설쳐서 경기에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으면"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당시 폴란드 감독도 경기를 위해 호텔을 나서며 "소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별로 지장은 없었다"며 여유있게 나섰습니다. 나중에 패한 후에는 말을 바꿔서 "시끄러워서 잠을 못잤다"고 했습니다.

경기는 한국의 2-0 승리였습니다. 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조짐이 이상했습니다. 축제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붉은악마를 비롯한 전국의 축구팬들이 부산으로 모였습니다. 경기장 인군 학교는 주차장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마치 선수단을 본 듯 환호했습니다. 서로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면서 본선 첫승을 기원했습니다.


경기장 안 분위기는 상상이상이었습니다. 먼저 경기장에 들어간 후배가 "여기 모둔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왔어요!"라며 감격해서 전화를 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몇몇 단체는 미처 붉은옷을 입지 못한 사람들에게 옷을 무료로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제 자리 앞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붉은옷을 입고 기뻐하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사진 오른쪽에 대형 태극기의 일부가 보이네요. 대회 내내 붉은악마가 경기장을 따라 다니며 활짝 펼쳤던 태극기입니다.


한쪽 구석의 폴란드 응원단 기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좌석의 위치나 규모가 1998년 프랑스를 찾은 붉은악마의 분위기 입니다. 우리 국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2006독일월드컵에서는 스위스전을 제외하고는 한국 홈 분위기였습니다. 한국 팬들이 수천명이 유럽의 경기장을 장악했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스위스전 때만 인근에서 몰려온 스위스 팬들에게 경기장 분위기를 내주었던 것 같습니다.


첫 경기를 2-0으로 기분 좋게 승리한 선수단이 경기장을 돌며 인사를 합니다. 많은 관중들도 좀처럼 경기장을 떠나지 못합니다.


경기장을 나오자 부산은 온통 사람들의 물결입니다. 여기저기서 노래하고, 춤을 추고 인파에 자동차들이 움직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누구하나 화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나가는 버스에 손을 흔들고 버스의 사람들도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듭니다. 빌딩에서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듭니다. 집 안 곳곳에 숨어있던 태극기는 다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경찰이 전국에서 온 팬들을 톨게이트까지 안내 합니다. 사진 속의 오토바이는 톨게이트 앞에서 비상을을 껴고, 손을 흔들며 부산 시내로 돌아갔습니다. 톨게이트를 지나자 경찰차가 기다렸다는 듯이 버스 앞에 붙었습니다. 붉은옷을 입은 사람은 모두 귀빈이었습니다.

<관련 포스트>

우리가 서로 사랑한 시간 - 추억 2002 월드컵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