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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he Fan

이동국의 PK 방해하는 일본 서포터

by walk around 2010. 2. 26.

2010년 2월 14일 일본 도쿄의 국립경기장(요요기 경기장)에서 벌어진 동아시아대회 한일전에서 0-1로 뒤지던 한국은 이동국의 PK 동점골로 1-1 균형을 잡습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참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아래 사진을 보시죠. N석에 넓게 퍼져 있던 깃발들이 골대 뒤에 촘촘하게 모여 있습니다. 모여만 있는 게 아니라 마구 흔들어 댑니다. 한국 선수의 PK를 방해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동국 선수는 공을 놓고 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소 대형(아래 사진)과 비교해 보면 깃발들이 골대 뒤에 긴급하게 모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골대에서 양끝 깃발의 위치를 가늠해 보시면 짐작이 갑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깃발을 흔드는 일명 '깃돌이'들이 PK 전후로 열심히 뛰어 다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PK직후 깃발이 대오를 벌리는 장면은 아주 인상 깊습니다. 이런 극적인 모습은 낯이 익습니다. 이동국 선수는 이런 혼미한 상황에서 골을 성공시키는 담력과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하지만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PK골이 아니라 필드골이었습니다)

일본 서포터의 이런 응원 방식을 우라와레즈를 비롯한 일부 J리그 서포터의 응원과 같은 방식입니다. 아래 캡쳐 사진은 2007년 10월 우라와레즈와 성남일화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우라와 홈경기입니다. 깃발들이 골대 뒤에 새색시가 가지런히 상에 올려 놓은 젓가락처럼 얌전히 놓여져 있습니다. 우라와레즈 선수의 차례이기 때문에 플레이에 집중하도록 조용히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래 사진에서는 깃발들이 요동을 칩니다. 성남 선수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동영상으로 보시면 더 극적입니다. 동영상 초반 화면 오른쪽으로 보시면 N석의 깃발뿐 아니라 경기장 전체의 깃발이 골대 뒤로 달려 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정 선수의 킥 차례에서는 공포스러운 야유와 함께 미친듯이 깃발을 흔들어 댑니다. 아래 영상에서 성남 선수는 대범하게도 골을 성공 시킵니다. 하지만 결국 이 경기에서 성남은 패합니다. 상대 서포터의 성화 속에 2명의 키커가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5-3으로 졌습니다.


이런 연관을 보면서 N석은 우라와레즈 서포터를 필두로 한 J리그 서포터 연합 즉 울트라스가 차지했고, 울트라니폰은 사그라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국가대표나 프로팀 모두 외국 나가면 공포스런 야유를 일상적으로 만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축구 경기가 끝나면 "왜 상대팀에게 야유 하느냐. 매너없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상대팀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대부분의 빅리그에서 야유는 일상입니다. 일본도, 그외 유럽도 마찬가지이고, 남미는 말이 필요없습니다. 심지어 자기 팀 선수에게도 플레이가 부진하면 야유를 합니다. 아이트호벤 초창기 박지성에 대한 아인트호벤 서포터의 야유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야유해도 외국팀 선수들은 그러려니 합니다. 오히려 우리끼리 손님 대접을 했네 못했네 하면서 스스로 자학하는 것입니다.

축구는 경기장 현장의 관중이 경기에 개입할 수 있고,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 매력적입니다. 선수들이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와 팬이 하나로 뭉치면 브라질도 잡는 게 축구입니다. 선수와 팬이 힘을 합친 마법은 우리가 이미 2002년에 경험했습니다. 우리는 그때 경험하고 다 사그라 들었는데, 일본은 A매치, 프로경기 할 것없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시즌 우리나라 3부리그 부천FC 1995가 중위권 수준의 선수 구성으로 팬의 극성스러운 응원을 받으며 리그 1위를 달리다 4위를 한 것은 시사점이 있습니다.부족한 전력과  팀의 경제력을 팬의 열정과 함성으로 메운 것입니다.

그밖에 우라와레즈 응원의 기원과 발전, 눈치 빠른 분들은 찾았을 수 있는데, 가장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그러나 아래 사진에서 사라진 전범기(욱일기)의 관련된 응원 코드들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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