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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he Fan

축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by walk around 2010. 6. 29.

적지 않은 종목을 현장에서 봤지만 선수와 팬이 경기장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종목은 많지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장도 숱하게 가봤고, 배드민턴, 배구, 농구, 탁구 경기장도 가봤습니다. 올림픽 양국 경기도 가봤고, 심지어 피겨스케이트, 역도 경기도 보았습니다.

야구장에서 응원단장을 따라서 응원도 해봤고, 양궁이 생각보다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는 종목이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배구가 그렇게 파워풀하고 시원한 종목이고, 농구도 좋아하는 선수가 생기니까 경기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하지만 1995년부터 완전하게 매료된 축구에 비할 때 공허한 점이 있었습니다(다른 종목 팬들은 당연히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것 역시 인정합니다. 축구에 대한 생각은 제 주장입니다). 즉 대부분의 스포츠는 응원은 응원이고 게임은 게임이지만, 축구는 게임과 응원이 일심동체라는 점이 달랐습니다.



축구장에서 본격적으로 응원을 하면 나와 선수들이 대화, 즉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 느낌이 올 때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입니다. 반대로 나의 응원 때문에 상대가 흔들린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역시 짜릿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직업이 기자였던 적이 있습니다. 직업 덕분에 부천SK의 강철, 이원식 선수 등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포터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소름이 돋는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힘찬 응원을 들으면 다시 힘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서포터의 응원으로 유명한 일본 J리그의 우라와레즈 서포터들은 (그들이 실제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골이 들어 가면 비로소 그치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한 노래는 20여분 응원을 한 것 같은데, 그 정도면 단일 응원곡 합창으로는 무지하게 긴 것입니다. 그 노래는 우라와레즈가 득점을 하자 비로소 멈추었습니다. 즉 그 응원가를 들은 우라와레즈 선수들은 "우리가 골을 넣어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게 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죠.

물론 나는 노스 뱅크가 좋았다. 선수들이 등장할 때 나오는 의례적인 함성,(좋아하는 선수부터 차례로 돌아가며, 선수가 손을 흔들어줄 때까지 이름을 불러댄다) 경기장에서 뭔가 신나는 일이 벌어졌을 때 나오는 즉흥적인 고함소리, 골이 나오거나 공격이 계소될 때 흥이 나서 부르는 노랫소리 등등 …

<Fever Pitch>의 저자 닉 혼비도 선수들과 경기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프리미어리그 팬들의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특히 "선수가 손을 흔들어줄 때까지 이름을 불러댄다"는 구절이 와 닿습니다. 팬의 응원에 선수가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축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 7월 18일 부천FC 1995와 경기를 가진 잉글랜드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가 7월 16일 기자간담회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FC유나이티드의 구단주인 앤디 웰시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시종 넘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축구정신을 설파할 때 행사장에 잠깐씩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축구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축구는 커뮤니티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중 커뮤니케이션 이야기를 하면서, 경기장 현장에서의 팬과 선수의 교감을 매우 중요시 했습니다. 축구장 현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축구팬들은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고, 승부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승부에 영향을 주는 능동적인 입장이 됩니다. 이런 인식 덕분에 응원하는 팀의 승리는 곧 나의 승리가 되고, 그만큼 열광하게 되며 승리가 짜릿하고 패배는 반대로 뼈 아픈 것이 됩니다.

팬들의 선수단에 대한 이런류의 동질화는 2002년 전국민이 경험한 바와 갔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나 스페인에 대한 승리를 두고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겼다"라고 복잡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을 했고, 그 결과 승리했을 때는 "우리가 이탈리아를 이겼다"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우리는 대회 기간동안 대표팀과 응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했고, 그 결과 코리아 커뮤니티가 되었으며, 경기의 참여자가 되었습니다.

부천FC 서포터 역시 경기 중에 선수들과 응원을 통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이를 통해 승부의 주체가 됩니다. 부천FC의 팬들이 스스로를 구단 및 선수단과 일체화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동일 커뮤니티가 되었고, 결국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관계가 된 것입니다(원초적으로 부천FC는 팬이 만든 구단이기 때문에 태생부터 한 커뮤니티입니다).

Football is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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