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도쿄를 찾았습니다. 별 계획없이, 소개 책자도 없이 떠난 길이었습니다. 숙소만 신주쿠에 잡은 것 빼고는 뭐하나 준비된 것이 없습니다. 그냥 숙소 근처에서 그 동네 사람들처럼 어슬렁거리다가 와도 좋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갔더니 여기저기 돌아다니고픈 충동이 생기더군요. 호텔로비에서 지도와 지하철 노선표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메이지 신궁이었습니다. 도쿄가 초행은 아니었는데, 메이지신궁은 처음이었습니다. 하라주쿠역에서 하차하면 바로였습니다.
여담이지만, 그 이후 도쿄를 몇번 더 갔는데 그때마다 본의 아니게 메이지신궁에 가곤 했습니다. 난 가기 싫었지만, 일행 다수가 원할 때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밀림을 방불케하는 수목이었습니다. 나무 냄새가 확 나는 것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쿄 곳곳에는 이렇게 모양만 숲이 아닌 정말 빽빽한 제대로된 숲이 많았습니다.
평소 <축소지향 일본인> 등 관련 책이나, 보도를 통해 일본인들은 '마이크로'라는 단어와 어울린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정원도 아기자기하게 꾸민다는 선입견도 있었습니다. 틀린말은 아닐 것이지만, 일본인들은 의외로 거대한 제조물을 만드는 것을 즐길 때도 있고, 이에 대해 만만치 않은 솜씨가 있으며, 정원도 거목을 방임하는 식의 정원도 상당수 있다는 것을 메이지신궁 등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실제 메이지신궁의 규모는 나의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한 규모였습니다.
메이지신궁에서 웨딩촬영을 하는 신혼부부입니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었네요. 하필 비가 와서 고생이 심한 것 같았습니다.
다정한 모습입니다. ^^ 누구나 신혼 때는 저런 모습을... --;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의 민속의상이지만,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선입견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사진 속 신혼부부들은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웨딩촬영을 뒤로 하고 신궁을 계속 돌아보았습니다. 비오는 날이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신궁을 찾았습니다. 서양인 관광객도 많이 보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딘가에 무엇을 기원하려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 아닐런지. 어떤 종교이든 성전에서 느껴지는 신성함은 사람에게 경건함을 느끼게 합니다. 다만, 일제시대에 일제가 남산에 신궁을 만드는 등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 마음 놓고 경건함을 느끼는 것을 의식·무의식적으로 거부하게 되더군요.
소원을 적은 패입니다. 전세계 다양한 언어가 보였습니다. 심지어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한글이 적힌 패도 볼 수 있었습니다.
메이지신궁처럼 아름다움 자연과 인상 깊은 건축, 새가정을 꾸미는 사람들, 전세계 관광객이 어우러진 공간을 마음을 열고 즐기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아직 일본이 만족하만 수준의 사과를 하지 않았고, 특히 일본우익의 망언과 독도도발이 지속되고 있어 이런 신궁의 모습을 마음을 열고 즐길 수 없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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