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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book, movie

고딩 때 갔던 스트라이퍼 공연, 22년만에 다시 가겠네

by walk around 2011. 10. 5.

 

 

 

 

22년 전. 고등학교 다닐 때 였다. 당시 헤비메탈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약간 인기 있던 스트라이퍼(STRYPER)라는 그룹이 내한 공연을 한다고 했다.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의 유명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다. 공연 자체도 드물었지만, 대부분 이빨이 다 빠진 후 노년 여행하듯 공연하러 오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젊은 스트라이퍼의 방문은 관심을 끌었다.


공연날은 평일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이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어렵게 돈을 마련해 표를 사고 공연날만 그다렸다. 책 갈피에 끼워져 있던 두툼하고 큼직한 공연티켓에는 멤버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 티켓을 얼마나 많이 바라보고, 만지고, 뿌듯해 했는지 모른다. 앨범도 모두 사고 노래도 외웠다. 그들 노래에 빠져 정말 교회에 갈 뻔 했다.


사실 스트라이퍼는 최고 수준의 밴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노란색과 검정색이 교차하는 꿀벌과 같은 문양의 옷과 악기를 들고, 무대 역시 같은 컨셉으로 꾸몄다. 보컬은 제법 미성이었고, 'The Way' 같은 곡에서는 기타스트로크도 꽤 현란했다. 무엇보다 드러머의 흡사 여성과 같은 외모와 우아한 연주모습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이들의 화려한 비쥬얼은 일본에서 크게 먹어주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꽤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크리스챤 메탈이라는 언발라스는 아이러니하게도 메탈을 좋아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당시 일부 기독교, 엄밀하게 말해 개신교 인사들이 "메탈은 악마의 음악"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스트라이퍼는 "아니다. 메탈 그룹 중에는 가스펄 메탈 그룹도 있다"고 반박할 때 단골 등장하는 사례였다. 실제 그들의 가사에는 성서의 문구가 담겨있고, 결국 "In God We Trust"라는 제목의 앨범까지 냈다.

이후에는 크리스챤 메탈을 버리고 검정 옷을 입고는 정통 메탈을 한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사야에서 사라졌다.

아무튼 당시 이들의 공연은 나에게는 큰 이벤트였고, 공연장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즐겼다. 그와 중에 녹음도 했고(테이프는 당연히 분실), 사진도 찍었다(필름 모두 아웃).

그 공연은 이후 성인이 되어서 메탈리카 공연에 가기 전까지 유일한 메탈공연이었다.

얼마전 린킨파크 공연이후, 틈 나면 공연예매 사이트에 드나들고 있다. TV프로그램 탑밴드의 영향도 컸다. 잊고 있던 감성이 살아나서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데 공연 소개를 보다가 크게 웃었다.

배불뚝이 스트라이퍼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심지어 공연도 한단다. 나도 전혀 몰랐는데, 요즘 제2의 전성기라고 한다. 자신들의 음악적 특성을 보여주려는 표정인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귀여웠다. 하긴 요즘에는 오즈 오즈본의 귀신분장도 귀엽다. 전설의 고향이 훨씬 무섭다.


그들이 공연을 하는 곳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예매를 시작한지 꽤 되었지만 표는 있었다. 20년이 넘었다. 그들의 공연을 본지.. 아마 그 공연장에는 옛날에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야자를 뜷고 왔던 사람들이 꽤 다시 찾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잠시 있다온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혹시 당시 공연 때 필름을 날리고 실의에 빠져있던 나에게 새 필름을 주던 분도 만날 수 있을까?

공연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고딩 때 이미 20~30대 였을 텐데, 지금은 그들이 도대체 몇살이란 말인가. 스탠딩이지만 흔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마주 바라보다 오지 않을까?

- 쓰고 보니 공연 홍보글처럼 됐는데... 땡전 한푼이라도 받은 포스팅 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