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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뒤늦게 깨달은 오프라인 홍보의 효과

by walk around 2009. 8. 20.

직업상 온라인 마케팅이나 이벤트 프로모션 등의 일을 몇 번 해봤습니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몸으로 때우는 전통적 방식의 홍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음에 배너 백만번 뿌리는 게 낫지, 전단지 하나씩 돌려서 언제 홍보하냐"는 식의 셈법이 머리를 지배합니다. 저도 현수막이나 포스터 그리고 전단지 배포 등에 대해서는 '하면 좋고 못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

요즘 생각만큼 많지 않은 부천FC의 관중을 보면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천이 현재와 같은 후원을 확정한 것이 내년까지 입니다. 내년 이후 현재와 같은 대규모 후원을 구하지 못한다면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계산한 것이 유료관중 3,000명입니다. 유료 관중 3,000명은 경기당 1,500만원의 수익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홈 16경기를 곱하면 2억4천만원입니다. K3에서 근근히 살아남을 수 있는 액수입니다.(유료 관중 5,000이면 당장 N리그 가능합니다)

여기에 현재 꾸준하게 섭외가 되고 있는 지역후원사 관련 수입이 연간 1,000만원 정도 받쳐주면 조금 더 숨통이 터질 것입니다. 대형은 아니지만 작은 후원을 모아 연간 5,000만원 정도는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럼 3억원은 어떻게 마련이 됩니다.

요즘 관중은 약 1,000명이 조금 넘는 게 보통입니다. 이중 상당수는 어린이들이고 연초 목표했던 평균 유료관중 2,000명에 비하면 연간회원권 제외하고 10분의 1 수준의 수입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평균 유료관중 2,000명은 내년 3,000명으로 가는 길목인데, 이 길목에서 발목이 잡힌 셈입니다. 전체적인 수익구조로 볼 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에 실시 중인 온라인 마케팅 외에 별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몸으로 때우는 오프라인 홍보에 뒤늦게 몇번 참여를 해봤습니다. 매 경기마다 일부 서포터들이 고생하고 있었는데 효과에 반신반의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아니었습니다.

광장을 어슬렁 거리던 분들 중 상당수가 메가폰을 통한 경기 안내와 전단지에 의해 매표소로 이끌려 왔습니다. 아내와 영화보러 갈까하며 길을 걷다가 "축구하네"라며 표를 사는 부부도 있었고, 일가친척 7~8명을 우르르 끌고 들어가는 가장도 있었습니다. 모두 투박한 오프라인 홍보 덕분입니다.

지난주는 살벌한 더위였는데 무려 10명이 넘는 분들이 오후에 일찍 나와 수고를 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이런 참여가 두배 세배로 늘어나서 경기 당일 부천역, 중앙공원 등으로 오프라인 홍보의 범위가 늘어난다면 그 효과는 지금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홍보 중에 특히 "경기가 있는지 몰라서 못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당일 대면 홍보가 아주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일에 대해 일부에서 "구단을 위해 봉사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단이라는 무기체는 스스로 생각도 못하는 부천서포터가 만들어낸 조직일 뿐입니다. 구단을 잃어 본 서포터 스스로, 구단이 없다는 게 어떤 고통인지 알기 때문에 이런는 것이고, 결국 이런 참여는 구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단이 없어지면 또 괴로움에 몸서리칠 서포터 자신을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열악한 환경에서 홍보를 했던 많은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고, 늦게 깨닫고 참여를 하게된 것도 부끄럽습니다. 좀 더 설쳤으면 지금보다 더 나을 수 있었을 텐데, 요즘 유료 관중 300명 정도라는(현금 집계 기준, 연간회원권 제외) 처참한 관중을 보며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도 한스럽습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분위기 파악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기에 홈경기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점도 가슴이 아픕니다. 더 속이 상한것은 유맨전의 후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경기장 분위기입니다. 모두 고생하며 기대했던 유맨전 이후의 분위기는 이게 아니었는데요.

밖에서 보면 부천FC는 K3 구단 중에는 튼튼해 보이고 분위고 좋지만 아직 극복해야할 것이 많습니다. 선수들이 경기 중에 잠시 정신줄 놓으면 경기가 맛이 가듯이, 축구판에서도 우리가 정신줄 잠시 놓으면 구단이 산으로 갑니다.

절대 초심 잃지 말고, 무서운 기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부천서포터가 뜨면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각오없이는 이 구단의 수명은 내년까지입니다.

지난 경기 현금 수익은 선수들 중 스타팅의 승리수당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경기장 사용료, 전기세, 물품값, 교체선수 수당 등 모두 고스란히 적자였습니다.

출근 안하시는 분들은 다음 홈경기 시작 전 좀 이른 시간에 만나 홍보 합시다. 출근하는 분들도 있고 결혼식도 있으니까 시간나는 분들만 참여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