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전라남도 함평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몇일 전 부산에 출장 다녀오다가 KTX에서 함평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는 그냥 땡겼습니다.
함평 가는 길에 서산이나 군산에서 점심식사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가다보니 서산을 훌쩍 지나서 군산에서 좀 유명하다는 계곡가든에서 간장게장을 먹기로 했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는 점도 결정을 하게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은근히 간장게장 마니아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이거 하나면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습니다.
계곡가든은 꽤 크더군요. 건물이 2개였습니다. 화장실에는 칫솔도 있었습니다. 게장의 흔적을 지우라는 세심한 배려입니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이 입구에 "신발을 분실하면 100% 책임지겠습니다"라는 역발상의 문구였습니다. 대신 명품 신발은 꼭 맡기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이 문구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게장은 정말 탐스러워 보였습니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맛은 담백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왕창 짜서 먹어도 그다지 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런 담백함이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진 곳에서는 2마리 시키면 한마리는 좀 들어있는데, 다른 한마리는 부실한 곳이 많습니다. 역시 명성을 얻으려면 한결같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찬은 전라도답게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간장게장에 찬이 많은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간장게장만 있어도 두 공기 비벼먹고 남는데. 다른 찬은 거의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까웠습니다.
찬 중에는 양념게장도 있었는데, 주메뉴인 간장게장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예 주지 않는 게 나았을 듯.
전체적으로 맛이 좋고, 풍성함을 추구하는 분에게는 마음에 드는 집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도 북적이고요. 제 개인적인 평은 '지나가다가 들려볼만한 집'입니다. 이 집에서 반경 30킬로미터(길 막히지 않을 때는 50킬로) 이내에 산다면 일부러 찾아갈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상 멀리에 있다면 이 집을 가기 위해 따로 여행을 갈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각 도시마다 간장게장 맛나게 하는 집은 있을 것이고, 그런 곳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만족감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곡가든 : 전북 군산시 개정면 아동리 616 (063-322-2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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