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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영화 오션월드, 상어를 지나치게 비하하는 불편했던 내레이션

by walk around 2010. 8. 15.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실망도 컸습니다. 워낙 바다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바다 생물의 멸종소식에 안타까워했던지라 이런 영화는 꼭 가족과 함께 돈주고 보려고 했습니다. 이미 <오션스>도 흥미진진하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3D가 아니어서 아쉬웠는데, 바다세계를 3D로 보여주다니!

기획의도는 너무 좋습니다. 이런 영상을 보면 누구나 바다와 환경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고민이 환경을 위한 실천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의 신기한 이야기는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또 어떤 꼬마는 장래희망이 바뀔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단 영화를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이 내레이션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상어에 대한 비하가 지나칩니다. 영화 내내 상어가 여러번 등장합니다. 그때마다 예의 "잔인하다"는 내레이션이 등장합니다. 인간이 고기집에 앉아 고기를 칼과 가위로 자르고, 핏기 사라지면 고기를 씹어 먹는다고 "잔인하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그것은 생존에 관한 문제입니다.(채식주의자 입장은 다르겠지만, 일단 기본 의식주 중 '식'의 관점에서)

상어가 고기를 잡아 먹는 것이 잔인하다는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상어는 원래 그렇게 사는 동물이며, 그런 활동은 건전한 먹이사슬의 일환이며, '자연' 그 자체입니다. 

심지어 내레이터가 상어에게 "상어가 잡아 먹은 생명체는 누군가의 형제이고 누군가의 부모이고"와 같은 이야기를 할 때는 완전 어이가 없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먹이 활동을 하는 생명체에게 그런 어설픈 윤리적 잣대를 들이 대다니... 아이들이 그런 입장을 갖게될까 걱정입니다.

중간에 상어를 이해하는 듯한 멘트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상어를 지나치게 비하했습니다. 영화 끝에 각 해양 생물체의 상황을 '멸종위기종' 등으로 설명을 하며, 백상어등도 멸종위기종으로 소개했는데, 영화 중에 너무나 상어 흉을 봐서 멸종이 되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잔인해서 피해야하고, 누군가의 형제를 잡아먹는 그런 나쁜 생명체 멸종하면 어떻습니까.

가뜩이나 상어의 멸종위기는 바다 생태계 붕괴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어는 생태를 알면 인간에게도 크게 위험하지 않은 동물입니다.

영화 내내 주인공 거북이는 힘겹게 헤엄을 치며 갈 길을 갑니다. "에휴"라는 한숨을 듣다보면 빨리 거북이가 고향에 도착해서 영화가 끝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보는 저도 힘들었습니다. 즐거운 바다 여행이 아니라 힘겨운 바다 여행입니다. 바다거북은 힘들다는 표현을 여러번 했고 그게 집중에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은 내레이션이 나오기 전에 고래 이름을 맞추는 등 상당한 이해수준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레이션에서는 바다거북의 잡담을 주로 들려 줍니다. 생태, 현재 개체상황, 구체적 서식지, 생태적 가치, 지금 영상에 나오는 바다의 위치 등 많은 정보를 전해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돌고래가 나올 때는 그들의 아이큐, 우리나라의 서식지, 돌고래를 잔인하게 잡아먹는 일본 식문화에 대한 비판 등을 소개했으면 어땠을까) 

input이 단조로우니까  머리를 쓸 일이 없고, 바다거북의 여정 타령, 친구이야기, 잔인한 상어 이야기만 반복해 듣다보니 나중엔 졸리기까지 했고, 한 10분 이상 졸았습니다. 영화보다가 존 것은 아이때문에 간 만화영화 이후 두번째 입니다.


<오션스>에 비해 덜 극적이고, 흐릿한 화면은 100% 이해합니다. 바다에서 영상을 찍는 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며, 복잡한 3D장비까지 들고 일을 했으니, 3D화면이 좀 어설퍼도 환경을 위한 의도와 3D 기술 발전을 위해 기꺼이 관람료를 낼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종에 대한 듣기 불편할 정도의 비하, 학습적인 정보 제공없이 깊은없는 내레이션이 전체적으로 영화의 격과 질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바다와 환경에 대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이라고 내레이션 중 상어에 대한 내용운 수정을 하면 안될지 모르겠습니다. <오션스> 정도의 스탠스면 좋겠습니다.  

참! 중간중간에 합성된 화면 있는 거 맞죠? 거북이가 대형고래 옆으로 간다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을 텐데. 일부 서식지가 맞지 않는 곳도 있는 듯 했고. 그 외에도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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