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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오세아니아/마닐라 2010

필리핀 재래시장에서 잠시 본 가난한 필리피노의 삶과 엄청난 환경오염 - 2010 필리핀 11

by walk around 2010. 12. 26.

필리핀 마닐라 재래시장 방문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먼저 열악한 환경에 놀랐고, 오염되어 가는 환경에 또 놀랐습니다. 대개 여행 중 재래시장을 방문하면 즐겁고 유쾌하기 마련인데, 마닐라에서는 힙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오히려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한참 돌아다니다보니, "여행 중에 깨달은 바 있어서 구호활동에 투신했다"는 말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일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 다음 포스트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할 재원은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필리핀의 속살이 보고 싶어서 찾은 곳은 재래시장입니다. 재래시장 근처의 도로는 넓었지만 차를 갖고 들어가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사람도 많고, 길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찾아간 재래시장은 규모가 컸습니다. 인트라무로스 북쪽 파시그강(Pasig江) 건너의 제네럴 쇼핑센터(General Shopping Center) 인근이 거대한 재래시장이었습니다.

시장 안쪽으로 걷다가는 하루종일 걷다 날샐것 같아서 트라이시클이라는 자전거 옆에 좌석이 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시장 주변 도로상태입니다. 군데군데 파이고, 물이 고여 있습니다. 주변에 옷가게, 식품가게 들이 늘어서 있는데, 숨을 쉬기 힘들정도로 악취가 났습니다.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엄청난 악취였습니다. 트라이시클 안쪽으로 이 구정물이 튀어서 다리와 옷에도 닿았습니다. 하지만 막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 도로상태는 이 지역의 열악한 상황을 대변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및 살림환경이 대체로 이렇습니다. "평범한 필리핀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여행에서 '빈부의 격차', '해외구호' 뭐 이런 단어가 생각나는 사색의 시간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몹시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네럴 쇼핑센터입니다. 들어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현지 안내인은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 응답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돈지갑을 보이지 말라는 말도 했습니다.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이라고 합니다.


오른쪽에 마켓 건물이 보입니다. 이런식으로 쇼핑센터 건물이 늘어서 있고, 그 앞 뒤로 노점이 깔려 있습니다.


대략 이 지점부터 트라이시클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담배피며 걷는 아저씨 인상이 범상치 않네요 ^^



건물들 사이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상당히 복잡했습니다. 그중 한 상점입니다. 작은 소품이 가득합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상당히 조잡한 상품이었습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제대로 납니다. 전체적으로 그렇게 우려한만큼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시장 안에는 유독 장애인이 많았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 한쪽 눈동자가 없는 사람, 언청이 등.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순박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시장통 끄트머리에 쇼핑센타가 있었습니다. 내부는 제법 깨끗합니다. 대형 푸드코트도 있습니다.



입구에는 경비원들이 있습니다. 차림이 좀 애매한 분들의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덕분에 재래시장과 어울리지 않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쇼핑센터 근처의 스타벅스 커피입니다. 여기까지 파고들어 오다니!


차에 올랐습니다. 이제 시장을 떠날 시간. 아이가 졸라서 사준 액세서리는 벌써 고장이 났습니다.


수도없이 많은 트라이시클. 가끔 너무 부실한 아저씨들이 운행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내가 태워줘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라이시클을 타고가며 접한 거리의 매연은 때때로 매우 독했습니다.


재래시장과 인근 지역을 흐르는 개천의 수질상태는 최악입니다. 악취가 엄청납니다. 그 주위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더럽습니다. 이 개천은 마닐라의 주요하천 중 하나인 파시그강의 지류였습니다. 파시그강의 상태도 그저그랬습니다. 그게 다 바다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마닐라에서 머물다가 최종 목적지인 보라카이로 갔을 때, 이 지역의 오염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마닐라에서 멀기만한 보라카이도 바다는 상당히 망가져 있었습니다. 필리핀은 환경문제로 큰 홍역을 치를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나라의 환경문제는 바다를 함께 사용하는 전 지구인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입니다.

링크 : Philippines Environmental Issues: How did the Pasig River get polluted?



트라이시클을 타고가며 촬영한 화면입니다. 막판에는 올티가스의 호텔 주변의 모습이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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