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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오세아니아/팔라우 2006

팔라우의 일장기, 2차 대전 이후 물러간 일본이 다시 점령한 듯 - 팔라우 여행(2006.7) 11

by walk around 2010. 10. 1.

제가 팔라우 여행기 초반부터 줄기차게 이야기한 것이 선진국들의 팔라우 원조입니다. 왜 그렇게 심하게 느꼈는지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차례가 된 것 같습니다. 처음 팔라우 여행을 계획할 때 팔라우 로얄 리조트가 일본인 소유라는 게 좀 걸렸습니다. 하지만 팔라우에서는 가장 안락하고 좋은 리조트 같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팔라우의 갈만한 호텔은 로얄과 팔라시아 호텔 정도였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갔는데, 가이드가 "외국인 중 유일하개 일본인만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줄기차게 팔라우를 도와 준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이 팔라우와 친선을 위해 도로를  향상해준다"는 내용의 입간판입니다. 뭘 해도 이렇게 티를 냅니다(하지만 티내는 거 중요합니다). 현지인은 "공사기간이 계속 늦춰져서 저 간판을 더욱 오래 보게된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아니, 일본에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국기가 그려진 간판은 곳곳에서 봤습니다. 줄잡아 최소 3개를 봤습니다. 그런 대가로 앞서 이야기한 대로 리조트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아래 사진). 그리고 또 하나. 가이드는 "팔라우의 밀키웨이(Milky Way)에서 채굴되는 하얀모드는 일본이 독점채굴권을 갖고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밀키웨이는 우리말로는 우유바다 정도 되겠습니다. 보령 머드축제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서 하얀 진흙을 바르고 피부미용을 기원합니다. 아래 사진입니다.


산호 가루라고 하는데요. 상당히 부드럽고 촉감이 좋습니다. 너도나도 온몸에 바르고 난리입니다. 이 하얀진흙 덕분에 바다가 우유빛입니다.


아무튼 일본은 제대로 본전을 뽑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더 많이 있겠지요. 미국은 최근 새로운 팔라우 수도가 된 멜레케옥(Melekeok)이 있는 바벨다옵(Babeldaob)섬의 순환도로를 무상으로 건설해 주었습니다. 앞선 포스트에서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이 일본이 건설 중인 도로입니다.


대만은 우체국 확장 공사를 해주는군요. 친절하게 비용까지 적어 두었습니다. 미쳐 촬영을 못했는데, 중국도 뭘 하나 만들어 주면서 간판을 세웠습니다.


이건 인증샷겸 가장 중요한 설명을 할 사진입니다. 앞선 포스트에서 제가 거리에서 햄버거를 사먹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와 "일본인이냐"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분입니다. 이 분과 어영부영하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정년 퇴직한 교사였습니다. 그런데 팔라우에 와서 팔라우 교육부에서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 자문을 한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소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팔라우를 무력 점령했던 나라입니다. 덕분에 팔라우 사람들도 많이 죽었고, 대전 이후 미국에 기대어 괌과 사이판 같은 완전한 미국령이 될뻔 하다가, 지금은 독립했지만 말이 독립이지 외교권, 국방권은 미국에 있을 정도입니다. 화폐도 US달러입니다. 그런 나라의 초등 역사 교과서를 일본 사람이 와서 함께 제작하다니.

호기심에 많은 것을 물어보았습니다. 일본에는 정년 퇴직한 전문가들을 개도국으로 대거 파견하는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교육, 과학, 스포츠 등 분야는 다양합니다. 월급은 일본 정부가 줍니다. 말년에 따뜻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와서 2~3년 돈도 벌며 일하다 가니까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부인을 못 보는 게 아쉬움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코이카(KOICA) 정도 되겠네요. 하지만 노인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좀 다르겠죠?

그건 그렇고 사정이 이러하니 팔라우 초등 국사교과서는 자연스럽게 친일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요? 태평양 전쟁의 원죄는 아무래도 제대로 기술되지 않겠죠? 오히려 팔라우 어린이들이 일본을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추가되지 않을까요?

아직 일할 수 있는 노인 전문가를 활용하고, 일자리도 주며, 국익도 챙기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합니다.


팔라우의 하나뿐인 박물관입니다. 이 건 뭐.. 미국 국기와 일장기가 걸려 있습니다. 이게 왜 여기 걸려 있는지.. "외국을 돕자"라고 하면, 어디선가에서 "우리나라 달동네도 굶는 사람 많다"는 지적이 옵니다. 우리나라의 어려운 사람 돌보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조를 해야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원조를 100 해서, 200을 가져온다면.. 그래도 달동네 타령에 국내 문제만 챙겨야 할까요? 그 사이 미국, 중국, 일본 등 열강은 개도국과 우호 친선을 바탕으로 자원 등을 확보하고 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며, 국제기구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표결을 이끌 우호세력을 확보할 것입니다.(실제 일본은 가열찬 원조 덕분에 고래, 참치 포획 금지에 대한 국제협약에서 자국에게 유리한 반향의 국제여론을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나라도 국제사회에서는 각 국가에 배정된 표가 있습니다.)

앞선 포트스에도 올렸지만, 대통령 전용차 제공은 약합니다(요즘 더 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을 올리고, 우호세력을 확보하면서 국익도 챙길 수 있는 본격적인 협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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