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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stop smoking

내가 담배를 피운 게 아니라, 담배가 나를 피운 거였어

by walk around 2009. 10. 23.

담배를 피울 때를 돌이켜 보면 10번 담배를 피우면 한 3번 정도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2번 정도는 길이나 건널목 등에서 눈치를 보면서 불편하게 담배를 피웠던 것 같고, 3번 정도는 피우면서 몸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배가 몹시 고플 때나, 감기 들었을 때, 목이 아플 때, 숨이 찰 때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담배를 피면서 '내가 이걸 왜 피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한두번 정도는 담배를 필 때마다 이가 시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담배 한개비를 다 피워갈 때는 꽁초처리가 은근히 스트레스였습니다. 특히 운전을 할 때는 더 짜증이 났던 것 같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장거리 비행이나 정시간 회의를 한 후에 흡연장소를 애타게 찾아서 담배를 물 때는, 내가 지금 담배를 즐기는 것인지 아니면 담배의 노예인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차에 태우고 시동을 건 후에 혼자 차 밖에서 멍하니 서서 담배를 피는 것도 참 이상한 그림입니다. 장거리 운전 때 가족이 차에 있어서 담배를 필 수 없을 때는 차를 세우고 피기도 했습니다.

급한 일을 하느라 2, 3시간 자리를 이동하지 못하고 일을 할 때는 금단현상으로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거기에 주머니에는 담배가루가 냄새를 풍겼고, 담배 피려고 할 때 불이 없으면 짜증이 났습니다. 이쯤 되면 정말 내가 담배를 피운 게 아니라, 담배가 나를 피운 것 같습니다.

금연 169일째. 누군가 나에게 "아직 끊은 게 아니다"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지금도 때때로 피고 싶습니다. 담배 연기가 온갖 시름을 다 날려줄 것 같습니다. 소화도 잘 될 것 같습니다. 참 지독한 녀석입니다.

<금연일기>

금연 첫날, 명치부분에 묵직한 것이…
금연 이틀째, 치통이 시작되다
금연 3일째, 손발이 저려…
금연 4일째, 어지럼증에 휘청~
금연 5일째, 참은 게 아까워지다
금연 6일째, 목 뒤가 땡겨
금연 7일째, 이제는 피부도 따끔따끔
금연 8일째, 금단현상이 사라지기 시작
금연 9일째, 담배피는 꿈을 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