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 창단 초기에 "내가 팀을 창단해주겠다"며 찾아오는 사업자나 축구인이 가끔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축구인 K. 그는 과거에 꽤 유명한 축구인이었다. 경기인 출신은 아니었고 방송에서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축구인 정도라고만 해둔다.

우리가 보기에는 연예인급의 인사였기 때문에 첫 만남부터 약간 현실성이 없게 느껴졌다. 그간 한 두 번의 약속 위반으로 상처를 입은 탓에 우리 자세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쭈뼜대는 우리를 보면서 그는 "어떻게 해야 나의 진심을 믿겠느냐. 내가 속을 꺼내 보여줄 수도 없고"라는 말로 자신의 진정성을 보이려 했다. 

그는 두세 번의 미팅을 통해 '창단준비위 사무국장'이라는 직함을 '우리끼리' 부여한 상태였고, 몇몇 부천 서포터는 '실무자'로 참여했다. 

2007년 2월 업무 기록에 따르면 K는 우리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한다. "시의원들이 창단 시민모임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은 아닌 지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창단 작업에 시의원의 협조는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에서 새로운 사업을 위한 가이드 라인 등은 주로 '조례'라는 형태로 시의회에서 결정되는데, 예산 지원을 비롯해 각종 협업이 이 조례를 근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당시 실무자들은 제법 긴 보고를 했지만, 결론은 "시의원 각자가 선관위에 문의를 해서 답변을 받아두는 게 안전하다"였다. 지금봐도 가장 안전한 결론이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창단위에 참여하겠다는 시의원은 전혀 없었다는 점. ㅎㅎ

 

K씨와 실무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멀리 송파구 쪽에서 회의를 하곤했다. K의 편의에 맞춰준 것이다. 부천과 부천 인근의 실무자들이 송파로 가는 길은 참 멀었다. 그래도 매번 회의 때마다 뭔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힘이 났다. 새 축구 시즌이 다가오는 시점에 우리 팀이 없다는 것은 참 적응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K는 "내년에는 시즌에 꼭 참여합시다" 같은 희망을 주는 말을 많이 했다. 제법 유명한 사람이 하는 말이기 때문에 진짜 그렇게 될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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