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The Fan

한중일 축구선수들이 팬에게 인사하는 자세

by walk around 2010. 3. 5.

2010년 2월 14일 일본 도쿄의 국립경기장(요요기 경기장)에서 벌어진 동아시아대회 한일전이 끝난 후, 한중일 3국의 선수단이 각자 자국 팬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한국, 중국, 일본 순서로 선수단이 관중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한국도 이기고 우승까지한 역사적인 대회인데 팬에 대한 인사는 다소 성의가 없어 보였습니다. 펜스 앞까지 만와서 손 흔들다 가버렸스니다. 이 정도면 원정간 사람들 참 맥빠집니다. 한국은 팬 바로 앞까지 왔으니 아쉬운 감이 있지만 중간은 한 것 같습니다.

일본 선수들이 좀 놀라웠습니다. 갑자기 전 선수들이 본부석부터 시작하여 경기장 4면을 터벅터벅 돌며 관중석 바로 앞에 가서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유를 묵묵히 받고 서 있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S석의 한줌도 안되는 서포터에게도 모두 도열해서 고개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라기 보다는 대회의 부진을 사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본부석 건너편의 팬에게 인사를 하고, 메인 서포터즈가 버티는 N석까지 터벅터벅 걷더니 엄청난 야유를 받으면서 팬에게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인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래 동영상 끝부분이 N석에 인사하는 일본 선수들입니다. 동영상의 경기장 전광판을 보시는 것이 당시 상황을 더 이해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경기장 중앙에 중국 선수들 때문에 좀 어수선 합니다.

한국에 대패를 한 후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경기장을 돌며 인사를 하는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장면을 본 일이 없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j리그 관전을 위해 일본을 찾을 때 자주 본 모습이기도 합니다. 팬 지상주의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라와레즈의 경우 경기 전에 호명된 선수들이 4면에 다가가 인사를 하고, 경기 후에도 모든 선수들이 4면의 관중을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서 1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주저 앉은 경기를 마친 후에도 팬들에게 다가가 야유 속에서 끝까지 인사하는 모습을 본 일도 있습니다(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팀은 아니지만 도쿄 베르디, 05년 12월).

특히 N석의 서포터석 앞에서는 경기가 승리했을 경우, 한참 같이 노래하고 점프하다 들어가더군요. 콘서트장이 따로 없었고, 축구장 올 맛이 날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경기 후 황급히 경기장을 뜨기 바쁜 우리 선수들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일본은 경기에서는 졌지만 팬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는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S석의 서포터들은 '세계4강' 게이트기를 거꾸로 들고 선수들을 맞았다.
국전 대패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오카다 감독의 "세계4강" 발언을 비꼬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