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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연아와 오셔 코치의 결별 책임을 따지는 게 의미있는 일일까?

by walk around 2010. 8. 25.



김연아 선수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결별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두 사람이 그간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운 사제간의 그것이었고, 그들이 이뤄낸 실적은 역사 남을만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결별소식은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의 댓글을 보니, 확산에 차 누군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두 사람의 결별의 원인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결별의 원인이 어느 한쪽에 있다고 단정한 후, 원인을 제공한 쪽을 심각하게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댓글 중 김연아 측을 비난하는 네티즌이 의외로 많다는 점입니다. '스승을 버린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성공하더니 변했다' 등 이유로 가지가지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를 비난하는 측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로 "나는 이별을 통보받은 피해자"라는 입장입니다.

피겨스케이트는 아니지만, 축구 등 스포츠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많은 선수와 구단, 팬과 선수의 이별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때마다 대부분의 경우 의견이 엇갈립니다.

일단 나가는 쪽 입장에서는 그간 어렵게 쌓아온 팬과의 신뢰를 잃기 싫습니다. 수년간 만든 관계인데 '이별'과 동시에 '나쁜놈'이 되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입니다. 그래서 이별의 책임을 구단 또는 구단의 특정 인물에 있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쉽게 말해서 떠나는 마당이지만, 나가서 욕은 먹기 싫은 심리입니다.

물론 정말 억울하게 떠나는 경우도 많고, 그런 사례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때는 기존 팬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 구단 또는 이별의 빌미를 제공한 측의 활발한 언플이 시작됩니다.

이런 결별을 둘러싼 많은 논쟁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유야 어찌 되었든 헤어질 때가 되었기 때문에 헤어졌다"는 것입니다. 결별이라는 결론을 두고 "누가 잘 했느냐", "결별의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결별 당사자들 사이에는 소속 회사, 기자, 팬, 당자사 이외의 선수 코치 등 업계종사자와 같은 수많은 변수 제공자들이 존재합니다. 제3자 입장에서 이런 변수를 모두 종합하여 책임 소재를 가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기자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당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도 팬으로서 이런 결별을 경험할 때마다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지지자를 정해야 해당 스포츠가 더 재미있어지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리 쪽에 남은 쪽이 우리편"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에 대입하면 "떠나지 않고 부천FC에 남은 사람이 우리 편"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소속 구단에 대한 이런 입장은 축구 서포터즈의 일반적 태도이기도 합니다.

이번 김연아 오셔 코치 결별사건의 경우, 저 같으면 언론의 준동에 흔들리지 않고 간단하게, 김연아 쪽의 손을 들겠습니다. 설령 결별과정에서 김연아 측의 잘못이 더 있다는 게 하늘나라의 셈법으로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우리에게 준 선물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태도를 두고 '그래도 우리 새끼'라는 관점이라고 해도 크게 할말은 없지만, 한국 축구팀이 98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게 대패한 후, 상심한 저에게 옆의 친구가 "그래도 우리 새끼들이야"라는 말을 해준 것이 유효할 때가 참 많습니다. --;

제 경우 피겨를 그저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스쇼 중계도 본 일이 없고 심지어 김연아 아이스쇼 입장권을 구했을 때 눈 앞의 후배를 주기도 했습니다(그 후배는 표를 들고 좋아서 겅중겅중 뛰어 가더군요, 공연 관람 후에는 감사의 문자까지. --;). 하지만 김연아가 엄청난 부담의 무게를 등에 지고 한국과 한국인에게 선사한 것이 얼마나 엄청난 가치인지는 짐작을 합니다.

이런 생각에 일전에도 김연아 관련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김연아 오셔 코치의 결별은 때가 되었기 때문에 이뤄진 것입니다. 책임을 따지기는 참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김연아가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하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게 약이 아닐런지.

이번 기회에 조회수 늘리려는 일부 언론의 경솔한 보도가 자제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참고링크>
오서 코치, 이렇게 끝내고 싶었을까?
김연아의 진정한 코치는 어머니
참고 : 김연아 기부 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