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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taste

드라이에이징, 이태원 맛집 붓처스컷(Butcher's Cut)

by walk around 2011. 7. 3.

벌써 7월이니까 비교적 적극적인 채식을 한 지 7개월째네요. 그간 고기를 아예 안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고기를 아예 안먹으면 식사시간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티 안내고 요령껏 했는데, 그러다 보니 아주 약간은 먹게 되고, 또 후회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번 고기를 제대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드라이에이징(Dry Aging)에 대해서 알고 보니 "그래, 맛이나 한번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호기심입니다. 어디가 좋을지 좀 찾아보다가 이태원의 붓처스컷에 가 보았습니다.


에피타이저로 생각하고 주문한 음식입니다. 이름은 모르겠네요. 포도주 안주로 나쁘지 않은..



매쉬드 포태이토? 2개월만에 정리하니 기억은 하나도 안나는데, 맛나게 먹은 것은 분명히 기억이 납니다.



얘가 아마 등심일 꺼예요. 고기는 채식을 포기하고 싶을만큼 맛있었습니다. 고기의 유혹은 정말 강렬합니다. 고기를 오래 안먹으면 어쩌다 고기를 먹을 때, 냄새가 제대로 나서 물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스테이크에서는 전혀 잡내는 없었습니다. '드라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육즙도 상당했습니다.



이 친구가 아마 안심. 역시 훌륭했습니다.



더운 야채 또는 구운 야채는 제가 아주 좋아라하는 음식인데, 좋았습니다.



절단면이 좀 없어 보이게 나왔는데, 밥 먹으며 사진 찍을 때는 잘 나오거나 안 나오거나 컷별로 딱 한장만 촬영한다는 소신이 있어서 예쁘지 않아도 그냥 휴대폰은 거두어버립니다. 사진 때문에 먹는 것을 방해 받지 않으려구요.

미디움인데요. 고기의 맛, 향, 질감 모두 뛰어 났습니다. 고기 덩어리를 말리면서 굳어낸 부위는 쳐내서 버렸을 것이고, 약간 마른 부위와 물렁한 부위가 조리의 대상이 되겠죠. 그런 아까운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먹을 때 묘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호텔의 안심 스테이크도 개인적으로는 텁텁해서 영 아닌 것 같을 때가 많은데, 드라이에이징 안심 스테이크는 전혀 드라이한 느낌은 없고, 오히려 더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이날의 아쉬운 점이라면 고기 왼쪽에 보시다시피 지방이 너무 넓게 분포된 부위가 떨어져서 솎아낸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방 인접 지역이었기 때문에 살은 더 맛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집은 커피도 맛있더군요. 직원들은 상당히 친절합니다. 먹는 내내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가격은 좀 각오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이드 메뉴 2개, 하우스 와인 2잔, 스테이크 두접시, 커피 등이 거의 15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커피가 서비스였다는데도..

사실 드라이에이징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좀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소 사육이 줄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볼 때, 숙성 과정에서 마른 겉 부위를 덜어내 버리는 것이 고와 보일리 없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어설픈 환경주의자도 아무도 주지 않는 눈치를 보며 접해야 하는 메뉴 같습니다.

이렇게 맛난 음식을 많은 생각을 하면 먹어야 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