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이 대화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우리팀'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매우 자연스러운 표현입니다. 브라질 축구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우리 클럽'이라고 지칭한다고 하네요. 상당수 유럽 축구팬들도 '클럽'이라고 부릅니다. 팀과 클럽.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단 우리나라 축구단은 태생적으로 지역은 물론 팀을 지지하는 팬과도 괴리되어 있습니다. 팀을 만들 때 팬들은 한 일이 없습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하늘에서 팀이 뚝! 떨어졌습니다. 연간회원권을 사고, 입장권도 사는 식으로 팀과 연결고리를 만들지만, 사실상 단순 소비자의 위치입니다.

일부 시민구단이 시민주 공모 등의 형식으로 팬, 지역과 유대관계를 맺은 것은 예외이나, 전반적인 운영에 있어서 기존구단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시민구단도 핵심 창단주체는 축구계 또는 경제, 정치계 인사들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좋아하는 축구단은 '팀'입니다. '팀'이라는 말은 어쩐지 팬과 선수단의 사이에 간격이 느껴집니다. 어찌 되었던 팬은 같은 팀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라운드의 12번째 선수라는 칭호가 그나마 팀과 가장 가깝게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표현입니다.

클럽은 말 그대로 클럽입니다. 클럽 안에는 구단 운영자, 선수단, 팬이 뒤섞여 있습니다. 하나의 축구 공동체입니다. 물론 구단운영이 초고도화된 대형 구단은 구단 운영이 팬과 괴리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팀이 외국인에게 팔리면서 실망한 팬들이 떠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구단이 클럽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브라질 팀들은 대부분 클럽이라고 할 수 있다. 수영장과 레스토랑, 테니스 코트, 야자수로 덮인 정원이 들어서 있는 곳에다 유료 회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중산층이 토요일 오후의 여가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유럽의 상당수 팀도 마찬가지입니다. 축구클럽은 해당 지역민들과 함께 일종의 생활문화를 공유하는 큰 틀에서의 공동체입니다. 


부천FC 홈페이지(bfc1995.com)에 소개된 부천시 중동 부천FC 분수대

우리나라에서 이런 클럽의 개념에 가장 근접한 구단이 K3 부천FC 1995라고 자부합니다. 팬의 힘으로 만든 부천FC는 2007년 창단 후 지금까지 팬들이 주축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단 프런트는 구단을 찾아온 사람이 낯이 익은 팬이면 구단의 재무상황도 공개합니다. 한가할 때 구단 사무실에 오면 내년도 유니폼 디자인 작업을 확인하고 의견을 낼 수도 있습니다. 팬과 구단이 함께 꿈을 공유하고, 경기시작부터 정리까지 함께 하는 공동체 즉, 클럽인 것입니다. 팬과 구단이 축구경기 때 잠시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꿈을 위해 평소에도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꿈을 공유할 팬이 아직도 많이 필요하죠.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규모가 아직 작아서 지역 사회에 까지 부천FC의 문화를 전파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최근 부천중심가에 부천FC 분수대가 생기고, 부천FC 거리까지 생기면서 급속히 지역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부천 지역내 소액을 후원하는 지역후원사만 30개를 넘어 섰습니다.

이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입장료 5,000원을 지불하는 수백명의 고정팬이 생겼고, 이벤트를 걸거나 큰 경기에는 수천의 관중이 입장을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구단들이 FC, 즉 football club라하여 스스로 클럽이라 지칭합니다. 갈수록 무늬만 그럴 게 아니라, 팬과 지역과 보다 포괄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진짜 클럽으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그게 축구클럽의 생존에 어쩌면 필수조건이 될 것 같습니다.

참, 미국에서는 프로팀을 프랜차이즈(franchise)로 부른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닌 호칭같습니다. 가끔 축구 기사에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요란한 뜻을 가진 게 아니라 그냥 사전적으로는 해당팀의 스타라는 말이죠. 아무튼 '스포츠'라는 종목을 그냥 만들어 판매하는 상인의 느낌이 나는 프랜차이즈라는 말은 피하고 싶습니다.

암 축구팬이면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축구단이 주는 걸 받아먹는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구단에 영향을 끼치고, 함께 꿈을 키우며, 팀의 지지자로 그치는 게 아니라 클럽의 일원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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