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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book, movie

<남자의 물건> 간만에 재미있게 또 배우는 마음으로 읽은 책

by walk around 2012. 5. 7.

<남자의 물건 - 김정운 저>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곳곳에 번쩍이는 구절들이 읽는 기쁨을 더했다. 언제 어디서 그런 구절이 튀어 나올지 몰라서 꼼꼼하게 읽었다.

 

"불확실한 존재로 인한 심리적 불안은 적을 분명히 하면 쉽게 해결된다"

 

아, 멋진 말이다. 이 문장 하나로 나는 많은 사람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굵고 짧게 사는 세상이 아니다. 길게,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뛰어난 통찰력. 맛는 말이다. 읽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길게 산다는 게 비겁하다는 것과 다른 문제다. 인생을 살면서 계획을 어떻게 짜고,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를 제기한다.

 

"남에게 '순서'를 제때 줄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폼 날 때 순서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말도 경건하게(?) 들었다. 돌이켜보니 이 문장이 말하는 상황에 맞는 많은 장면을 많이 보았다. 경험적인 느낌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순간이었다.

 

"객관적인 수입이 아무리 많아도 질투를 느끼는 대상이 있는 한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요즘 내 상황에 던져주는 말이다. 물론 내가 객관적 수입은 많지 않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어릴 때의 문화적 경험은 향후 아이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경험이 다양한 상징을 통해 내면화되어, 개인의 행동방식과 사고패턴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딸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ㅠ.ㅠ

 

"군대 간 이들은 제대 날짜만 생각한다. 유학 떠난 이들은 학위 따는 날만 기다린다. 언젠가는 제대하고, 언젠가는 학위를 딴다. 그러나 제대로 날짜를 기다리고, 학위 따는 날을 기다리며 지나간 내 젊은 날은 과연 내 삶이 아니란 이야긴가? 그렇게 제대하면 뭐하고, 그렇게 학위를 따면 뭐하는가. 그 사이에 '우리 기쁜 젊은 날'은 맥없이 사라져버리는데."

 

그래..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기자... 그게 중요한 것이다.

 

"감옥에 있을 때는 꼭 미운 사람이 하나는 있어요... 그 친구 만기 날짜만 기다리는 거죠... 나가면 그날 저녁은 참 행복해요... 그런데 며칠 있으면 또 그런 사람이 생겨나요. 그 사람에게 물론 결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이 환경이 그런 대상을 필요로하는구나..."

 

신영복 교수의 이야기를 옮긴 내용이다. 역시 대단한 통찰력이다.

 

"고등학교 때 소크라테스와 공자가 황혼에 대화한다는 설정으로 교지에 콘트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 지도교사가 그를 불러 '황혼'이 그냥 '황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한다. 이 한마디의 충고로 인해 오늘날까지 디테일한 묘사는 박범신 소설의 특징이 된다."

 

훌륭한 스승.. 그리고 이를 잘 알아 들은 훌륭한 제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