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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2003. 4. 23) 부천SK 시절 난맥상을 보여주는 기사

by walk around 2013. 3. 20.

역사로부터 오늘은 배우기 위해 스크랩.

 

<5전 5패.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부천SK>

 


지난 3월 23일 열린 부산아이콘스와 홈개막전.
상대 선수의 페널티킥 직후 달려드는 부산 선수
와 달리 부천 선수들은 멍하니 지켜보고 서 있
다. ⓒ 헤르메스 양원석
전적, 경기력 모두 최악

5전 5패. 3득점에 9실점. 리그 최하위.
현재 부천SK가 가지고 있는 초라한 성적표다. 2003 시즌이 시작될 때 '최소한 중위권 이상'으로 잡았던 목표가 무색할 정도다. 경기 내용도 좋지 않다. 3월 30일에 있었던 울산현대와 경기(1-2패)에서 상대팀과 경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 그 외의 경기에서는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특히 경기를 가진 팀 중 부산아이콘스, 대전시티즌 등은 리그 중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팀이기 때문에 부천의 5연패는 더욱 실망스럽다.

부천 팬들은 올시즌 부천SK의 부진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천SK 서포터즈 클럽 '헤르메스'의 윤종현(35) 회장은 "시즌 시작 전 선수 명단을 봤을 때 걱정이 앞섰다"며 "선수단을 가장 잘 아는 서포터들도 모르는 선수들이 즐비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몇 개월 동안 계속되는 장기 리그에서는 선수들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며 "프로축구팀 주전 명단에 신인들이 너무 많이 포함돼 있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경기에 나서고 있는 부천SK 선수 명단에는 축구를 잘 아는 팬들도 생소한 이름들이 많이 올라 있다. 그나마 지난해 활약했던 말리 출신 용병 다보와 고참급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이원식, 윤정춘, 남기일 등의 이름 정도가 눈에 익다.

프로팀이라면 최소 한두 명 정도 보유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올림픽 대표와 청소년 대표에도 단 한 명의 선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단 운영과 선수단 분위기에 대한 논란도 그치지 않았다. 부천SK에 몸담았던 노장 김기동 선수가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포항으로 이적하고 구단 프런트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임생 선수가 부산으로 떠나자, 팬들은 끊임없이 "노장 선수들이 스스로 팀을 버리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해왔다. 특히 팀을 떠나는 선수들은 대부분 "부천 구단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하고 가버려 구단 운영 방식과 분위기에 분명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밖에도 부천SK는 "선수를 죄다 팔아먹고 그만큼의 투자와 전력 보강은 하고 있지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윤정환, 이을룡, 김기동, 이임생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을 다른 구단으로 보내면서 얻은 수익을 다른 우수선수를 영입하는 데 투자하지 않아 날이 갈수록 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천SK는 월드컵 이후 이을룡 선수를 터키로 보낸 뒤 이 선수의 공백을 메울 만한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다.



부산 서포터 석에서 본 경기장 모습. 응원을
포기한 부천 서포터석이 텅 비어있다.
ⓒ 헤르메스 양원석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 없어"

시즌 개막 전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부천SK 구단 관계자는 개막 직전 "시즌이 시작되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 부천은 최약체로 분류되는 대구F.C.와 광주상무보다 경기내용과 전적에서 밀리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이상철(46) KBS해설위원은 부천의 부진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는 프로구단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며 "이번 시즌 부천SK의 부진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묘책이 없습니다. 감독이 아무리 유능해도 현재 선수들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용병도 유럽 변방 리그의 B급 선수들이고, 국내 선수들도 1순위가 아닌 무명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전술적 이해도도 떨어집니다. 현재 선수들은 트루판 감독이 시도하고 있는 4백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부천SK 서포터즈 클럽 '헤르메스'는 구단 운영에 반발, 올 시즌 개막 후 4경기 동안 단 한차례도 응원전을 펼치지 않았다. 심지어 시즌 시작 전에는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유인물을 배포하는가 하면, 인터넷에 성명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천SK 구단은 홈페이지 1면 전체를 반박성명서로 채워 양측간 사이버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반 관중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부천SK 홈경기는 매경기 프로리그 최대 관중이 몰리는 인기 경기였지만, 지난 12일 열린 성남 일화와의 홈경기에는 2003년 K리그 최저 관중인 2,812명이 입장하는 데 그쳤다.

팬들의 비난에 대해 부천SK 강성길 단장은 지난 3월23일 개막전 직후 헤르메스와 만남의 자리를 주선해 최근 구단의 운영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강 단장은 "오래된 선수보다는 젊은 선수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주면서 점진적인 팀의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며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투자도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르메스 윤종현 회장은 강 단장의 설명에 대해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현재 팀 구성과 구단 시스템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선수와 팬이 최선을 다해 주어진 조건 속에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헤르메스 회원들도 12일 경기부터 전처럼 응원을 시작했다.



부천SK 서포터즈 헤르메스의 응원 모습. 원내는
윤종현 헤르메스 회장. ⓒ 헤르메스 윤종현
27일 광주전 재도약 기회

구단과 팬의 관계는 예전으로 돌아왔고 구단 프런트는 현 감독 체제를 안정적으로 강화하며 신인들의 리그 적응과 선수 영입 등 전력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팀의 성적은 앞으로도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수단 관계자는 "터키 출신 트루판 감독이 선수들의 능력에 맞는 전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캐나다 출신 2군 마뉴엘 감독과의 협력 전선에도 이상이 있다"고 전했다. 선수들도 5경기 내리 패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있다.

오는 4월 27일 부천SK는 리그 최약체로 평가되는 광주상무와 경기를 갖는다. 구단과 팬 모두 이 경기가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패할 경우 부천SK는 어떤 식으로든 팀 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과 구단 프런트 중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헤르메스는 이날 원정 응원단 100명정도가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광주를 찾아갈 계획이다. 이들은 아직도 '최소한 중위권 이상'이라는 구단의 시즌 초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난 3월 23일 부산과의 홈개막전에서 패한 후 주저 앉아 있는 부천SK의 수비수 패트릭 선수. ⓒ 헤르메스 양원석
▲ 홈개막전을 패한 후 힘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부천SK 선수단. ⓒ 헤르메스 양원석
▲ 2003시즌 개막 이후 부천 서포터 헤르메스가 구단 운영에 항의해 펼쳐 놓은 대형 걸개. ⓒ 헤르메스 김윤현
▲ 지난해 11월 10일 대전시티즌과 경기 당시 관중석. 지난해 시즌 막판 트루판 감독 부임 이후 졸전을 거듭하면서 일반 관중과 서포터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 헤르메스 김윤현
▲ 부천SK 경기는 K리그에서 관중이 가장 많은 경기 중 하나였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4일 경기에 부천구장을 찾은 관중들. ⓒ 헤르메스 윤종현
▲ 지난해 7월 21일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는 헤르메스. ⓒ 헤르메스 윤종현
▲ 지난해 5월 1일 성남일화와의 아디다스컵 경기. 당시 부천SK는 0-2로 뒤지다 종료 직전 2골을 잇따라 넣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아갔다. 최근에는 당시의 근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헤르메스 양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