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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댓글이 기사 제목? 매체는 게이트키핑 기능 포기했나?

by walk around 2013. 6. 5.

"이게 누구의견이야? 대표성이 있는 사람의 의견이야? 아니면 그쪽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해? 근거있어?"

 

기사를 마감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기사를 쓰다가 막히면 누군가의 의견으로 기사를 끝내는 게 참 편하다. "누구누구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말로 겨우 기사를 끝내고 들고 가면, 매서운 질책이 쏟아진다. 도대체 이 의견을 사회적 공기라고 할 수 있는 매체에 실려 내보내도 문제가 없는 것이냐는 것이다.

 

"야. 슈퍼 앞에서 소주 퍼마시던 누군가가. 일본놈들 다 죽여라"라고 말하면 기사 끝에 한 시민은 ""일본 놈들 다 죽어라"고 말했다"고 쓰면 되는 거야? 멋진 예술 작품을 두고, 누군가가 지나가가 제대로 안 보고 "애들 장난이네"라고 말하면 그거 기사에 인용하면 되는 거야?"

 

 

다시 말해 누군가가 배설하듯 싸지른 말을 기사에 쓰고, 그 기사를 비용을 들여 찍어내고,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말 같지도 않은 의견을 읽고 짜증내고, 대립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 이런 걸 매체가, 기자가 해야하는 것이냐는 말이었다.

 

대표성 있는 사람의 책임 있는 발언.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것이로 생각하는 여론 잡아내기 등은 그래서 기사를 쓸 때마다 스트레스 중의 스트레스였다. 어쩌다 대표성 좀 있다는 사람의 발언 어렵게 따면 "이 사람이 뭘 알아!"라는 질책받기 일쑤였다.

 

그런데 요즘은 네티즌이 댓글로 싸지른 것도 기사가 된다. 제목이 된다. 포털의 탑이 된다. 저기 오사카의 어느 한 구석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한국을 씹은 나카무라씨의 말 같지도 않은 의견(아마도 그 자신도 싸지르고 까먹었을)이 매체에 실려서 헐훨 날아서 한국에 닿아서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고 짜증을 유발하고 불필요한 대립을 유발한다.

 

기자라면.. 편집자라면.. 스스로 매체의 역할을 생각하며 게이트 키핑을 해야한다. 이 의견이 대표성이 있는 것인지, 이 의견이 나가서 당사자들이 분쟁이 나도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인지 등을 염두에 둬야한다. 알 권리? 이것은 알아야될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한 권리이지 지금 뒷골목 애기가 흘린 과자를 주워 먹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아야 되는 권리가 아니다.

 

기사 제목에 "日 황당주장"이래서 일본 축구협회나 일본 매체가 주장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고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