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누구의견이야? 대표성이 있는 사람의 의견이야? 아니면 그쪽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해? 근거있어?"
기사를 마감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기사를 쓰다가 막히면 누군가의 의견으로 기사를 끝내는 게 참 편하다. "누구누구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말로 겨우 기사를 끝내고 들고 가면, 매서운 질책이 쏟아진다. 도대체 이 의견을 사회적 공기라고 할 수 있는 매체에 실려 내보내도 문제가 없는 것이냐는 것이다.
"야. 슈퍼 앞에서 소주 퍼마시던 누군가가. 일본놈들 다 죽여라"라고 말하면 기사 끝에 한 시민은 ""일본 놈들 다 죽어라"고 말했다"고 쓰면 되는 거야? 멋진 예술 작품을 두고, 누군가가 지나가가 제대로 안 보고 "애들 장난이네"라고 말하면 그거 기사에 인용하면 되는 거야?"
다시 말해 누군가가 배설하듯 싸지른 말을 기사에 쓰고, 그 기사를 비용을 들여 찍어내고,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말 같지도 않은 의견을 읽고 짜증내고, 대립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 이런 걸 매체가, 기자가 해야하는 것이냐는 말이었다.
대표성 있는 사람의 책임 있는 발언.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것이로 생각하는 여론 잡아내기 등은 그래서 기사를 쓸 때마다 스트레스 중의 스트레스였다. 어쩌다 대표성 좀 있다는 사람의 발언 어렵게 따면 "이 사람이 뭘 알아!"라는 질책받기 일쑤였다.
그런데 요즘은 네티즌이 댓글로 싸지른 것도 기사가 된다. 제목이 된다. 포털의 탑이 된다. 저기 오사카의 어느 한 구석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한국을 씹은 나카무라씨의 말 같지도 않은 의견(아마도 그 자신도 싸지르고 까먹었을)이 매체에 실려서 헐훨 날아서 한국에 닿아서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고 짜증을 유발하고 불필요한 대립을 유발한다.
기자라면.. 편집자라면.. 스스로 매체의 역할을 생각하며 게이트 키핑을 해야한다. 이 의견이 대표성이 있는 것인지, 이 의견이 나가서 당사자들이 분쟁이 나도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인지 등을 염두에 둬야한다. 알 권리? 이것은 알아야될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한 권리이지 지금 뒷골목 애기가 흘린 과자를 주워 먹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아야 되는 권리가 아니다.
기사 제목에 "日 황당주장"이래서 일본 축구협회나 일본 매체가 주장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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