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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도네시아에 급파된 119구조대, 어떤 활약할까?

by walk around 2009. 10. 2.

9월 30일경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강진이 터졌습니다. 아직 사망자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가 났습니다. 강력한 쓰나미로 피해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또 큰 피해를 당하다니 입장 바꿔 생각하면 망연자실할 일입니다.

이번 재난이 터진 후 하루만이 10월 1일 저녁에 우리 정부는 한국국제협력단 직원 2명과 119구조대원 43명 등 45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을 현지로 보냈습니다.

정말 신속한 움직임이며 박수를 받을만한 입니다. 이 사건을 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은 것이 이상할 지경입니다.

외국에 재난이 터졌을 때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외국에 구호 물자나 구호 인력을 파견할 때 "우리나라 달동네에도 구호물자가 필요한데"라며 혀를 차는 것은 단견입니다.

일본이나 미국 그리고 EU가 재난이 터진 나라를 경쟁적으로 돕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은 중국도 재난이 터진 나라에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달려듭니다.

어려울 때 화끈하게 도와주면 어려움이 지난 이후 도와 준 것의 몇 배가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나라 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니지만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give & take는 일종의 법칙처럼 되었습니다.

진정으로 우리나라 달동네 사람들이 걱정이 된다면 오히려 재난이 터진 나라를 도와주고 이를 통해 국가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재난을 앞에두고 계산기를 두들기는 것 같아서 좀 그렇습니다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재난 앞에서 국익을 생각합니다.

2004년 동남아 쓰나미로 태국 푸껫도 쑥대밭이 됐습니다. 이때 일본은 동남아 피해지역에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5억달러. 미국 3억5천달러를 능가한 세계 1위입니다. 이는 발표액이라 실제 지원금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를 누가 검증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일본은 당시 동남아에 엄청난 지원을 했고 줄잡아 우리나라의 100배를 지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지원할 때도 예의 또 그 소리가 나왔었죠. "달동네에 굶는 사람도 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은 태국에 호위함 2척과 보급함 1척을 즉시 파견했습니다. 구조대로 바로 파견했습니다. 당시 태국 방송국은 자신들의 아픔을 함께 하러 온 '형제국' 일본의 구조대의 도착소식을 생중계했습니다.

덕분에 태국 거리는 친일파로 물들었고, 일부 교포들은 태국 사람들에게 "나도 일본인"이라며 함께 좋아했다고 합니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눈치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포털 등의 게시판에는 "한국도 즉시 구조대를 파견하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결정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때 교훈으로 이번처럼 즉시 외국 재난 현장에 구조대를 즉시파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모양입니다.

아무튼 태국에 간 일본 구조대는 주로 일본 관광객 구조에 열을 올렸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국가 브랜드 구축에는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일본이 태국에서 그렇게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속도'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은 절망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난 사람을 기억합니다. 하물며 고이즈미의 5억달러 돈 폭탄 소식에 이은 든든한 강국 일본의 구조대라니! 늦게 도착한 우리나라 구조대는 어느 나라 구조대보다 열심히 구조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늦게가는 바람에 약간 빛이 바랬습니다.


지난해 5월 일본 국가브랜드의 첨병 구조대는 대지진이 일어난 쓰촨성에서도 한 건 했습니다. 일본 구조대가 한구의 시신을 수습한 후 경건하게 묵념을 하는 모습이 보도됐습니다.(사진)

좀 과장해서 사진 한장에 중국이 뒤집어졌습니다. 난징학살의 원흉 일본의 이미지가 졸지에 업그레이드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지진 직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티베트 문제 등으로 도쿄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져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일 감정이 극에 달했습니다만, 이 사진 하나로 게임은 끝났습니다.

이들은 중국에 도착할 때부터 요란하게 와서 공항에서는 디카로 이들의 사진을 찍으려는 중국인들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아들의 도착장면은 중국 신화통신이 촬영해서 AP통신을 통해 전세계로 뿌려졌습니다. 발벗고 현장을 찾은 '이웃' 일본의 이미지도 뿌려졌습니다. 당시 사진을 보도한 언론은 "한 구의 시신에 바친 경의가 13억 중국인의 경의로 되돌아왔다"는 리드를 뽑았습니다.

이 같은 일본의 해외 재난국에서의 대활약은 일본 국가 브랜드 향상에 기여했습니다. 덩달아 일본 제품 판매가 늘고, 일본 관광에 대한 관심이 늘고, 현지의 일본인 사업자에 대한 인식이 제고됐습니다. 누가 봐도 남는 장사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일본, 중국, 미국 등은 평소에도 무지막지한 원조를 개도국과 빈곤국에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인도네시아의 재난에 구조대를 신속하게 파견한 것은 누가 뭐래도 우리 정부가 정말 잘 한 것입니다. 구조대가 성심성의껏 현지인을 도와서 좋은 편을 얻기를 바라고, 일본 구조대처럼 미디어 감각이 번뜩이는 사진 릴리즈 같은 것도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떠난 우리 구조대가 사고없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