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부천FC 1995

2016년 9월 28일 부천FC1995 vs. 서울이랜드 관전 후기(장소 잠실올림픽스타디움)

by walk around 2016. 9. 30.



9월 28일 수요일.


 부천과 서울이랜드의 경기는 역시나 아쉬웠다. 경기를 보고 이러니 저러니 말하는 건 쉽다. 모두 다 결과론이기도 하다. 쓸데없는 잘 난 체 이기도 하고...


일단 2위다. 부천의 선수자원, 지원 등에 비해 엄청난 결과이다. 이런 성과에 대한 높은 평가를 기본 전제로 깔고,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의견을 낸다면...


- 잠그는 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경남전 때 득점 후 너무 올렸다가 백업 안되서 털린 기억도 있고.. 그런데 너무 아래에서 잠근 것 아닐까. 마치 골대 앞에서 잠근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조차 의도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지쳐서 상대에서 마무리할 기회를 준 것 같았다. 기숭전 체력과 컨디션이 되는 느낌이지만... 힘이 좀 남는다면 다음부터는 미들에서부터 끊어가면 어떨까?


(그리고 체력 비축을 위해 다음 경기까지 과감하게 회복 차원의 프로그램만 해도 좋을 듯. 전력 분석에 따른 맞춤 훈련 약간에..ㅋ)


- 슛을 아낀 것 아닐까? 시즌 중 종종 나타나는 문제. 우리 선수가 골 대 앞으로 환하게 보이도록 열릴 때가 있었는데, 옆으로 빼면 어쩔...ㅠ.ㅠ 슛이 빗나가는 것 탓 안할께요. 자신있게 쏩시다..


- 프리킥, 코너킥 너무 낮은 것 아닌가? 대체로 요즘 자주 보는 허탈한 장면... 낮게 올려서 해결하는 연습을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우리 선수에게는 닿아야 할 텐데... 마지막 코너킥.. 너무 아쉬웠다 ㅠ.ㅠ


- 감독이 아마 어제 경기 후 의식이 멍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감독에게 의견을 준다면... 일단 현재 성적도 기대 이상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 감독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후하다. 어떤 기회가 될 지 모르지만, 요즘 성과를 바탕으로 좋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코치 시절보여줬던 따뜻한 형님 리더십은 송선호 체제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리그 후반으로 가면서 주변에서 무섭게 쪼고, 승격 다 된 것 처럼 말하고.. 이런 태도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강점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은 대체로 젊다. 이런 또래 선수들이 몇 명이 100경기 출장 찍을 정도로 같이 뛰었으면 팀웍이 상당해야 한다. 가끔 눈이 맞아 들어가는 번뜩이는 패스거 보인다. 이런 플레이는 자유로울 때, 칭찬받을 때 나타난다.


코칭 스탭이나 선수는 한 배를 탔다. 이제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 여기서 코칭스탭과 선수단이 같이 울고 같이 웃을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다 내려 놓고 웃으시라. 선수들과 같은 계단으로 내려가서 서로 편하게 대화들 하시라.(원래 그렇게 하고 있다면 죄송 --;)


일전에 어떤 지도자가 말하기를 "많은 감독들이 자기가 불안 하니까 훈련을 시켜요. 훈련 효과는 신경쓰지 않고 시간을 채우는 거죠.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라는 말을 했다.


부천이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도 전혀 없다(개인적 성향상 선수나 코칭 스탭과는 개인 커뮤니케이션을 절대 안 한다 ㅋㅋ).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중요한 순간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서 좋았던 분위기를 살리고, 훈련도 하던 대로 하고, 선수들 생활도 하던대로 해서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지금도 좋다. 더 좋으면 더 좋다. 올해 한국 축구판에 나 송선호보다 더 나은 결과 낸 감독있으면 데리고 와... 이렇게 마음 편히 먹고 가면 어떨까.


까놓고 말해서 지금 성과면 송선호 감독은 한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성과 아닌가? FA컵 4강에 리그 2위이다. 누가 뭐래도 지금 감독은 목표 이상을 해냈다. 자신감을 갖고 갔으면 좋겠다.


- 선수들은 어제 경기 후 서포터들 앞에 왔을 때 서포터들이 보여준 끝없는 믿음에 보답해주길 바란다. 나도 놀랐다. 서포터들이 오히려 더 성원을 했다.


정말 오래 전에 서포터를 보면서 "얘네들은 경기에서 져도 박수를 치네"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새롭다고 느꼈는데, 적어도 헤르메스가 20여년 전의 초심을 보여준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에 감독 욕하는 고전적인 팬들과는 달랐다. 요즘 부천에 이렇게 잘 하면 좋아하지만, 조금 나쁘면 감독이나 선수를 세상에 없는 역적으로 몰아가는 관중들이 보인다.


어제도 그랬고 이런 분들이 대체로 무료 입장 프리 패스를 달고 있다. 시 관계자로 보인다. 같이 응원하기 힘들다. 너무 주변에서 일희일비하고 감독이나 선수를 책망해서...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이해하지만, 심하면 주변에 부정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 같다.


축구 일이년 하는 거 아니다. 평생 간다. 대를 이어서 간다. 그 중에 가슴 뛰는 중요한 한 순간이다. 같이 배를 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