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

설마했던 다음의 약진, 키워드는 결국 'Back to basics'

by walk around 2009. 11. 24.

어제 우연히 펼쳐든 <매일경제>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기사 제목이 "처지는 네이버, 따라붙는 다음"이었습니다. 기사 리드는 더욱 흥미진진했습니다.

"다음과 네이트의 검색 점유율이 연초에 비해 크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점유율이 60%대로 떨어지면서 다극화 양상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검색분야에서 네이버의 독주는 진리였습니다. 절대 깨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둑이 터지더니 판세가 흔들릴 기미가 보이는 듯 합니다.

사실 2000년대 초반에는 다음이 1위였습니다. 그러다 다른 업체들의 히트작을 구현해 보려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사용했습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유사한 서비스였던 플래닛이 그랬고, MSN의 메신저와 유사한 다음터치가 그랬습니다. NHN의 게임과 유사했던 다음게임 서비스도 두번 정도 시도했지만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UCC, 축구 분야 차별화가 눈에 띠는 전략입니다.

다음이 이런 시도를 할 때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것은 다 포기하더라도 '검색' 하나는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포탈은 검색이 흔들리면 다른 사업도 연쇄적으로 흔들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검색이 잘 되는 포털은 뭘해도 잘 되게 되어 있습니다. 네이버가 검색에서 독주하는 가운데, 검색 결과에 블로그, 카페, 뉴스 등의 컨텐츠를 뿌리면서 덩달아 이들 서비스의 이용자도 상승했습니다. 검색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수익이 NHN의 버팀목 중 하나입니다.

최근 다음은 검색에 많은 신경을 쓰는 눈치입니다. 특히 대강 2년전부터는 사전 검색 등을 필두로 검색이 많이 세련되어진 것 같습니다. 제 경우 검색 니드가 있을 때는 무조건 네이버로 갔는데, 요즘에는 다음에서도 한번 검색을 해보곤 합니다. 24일자 <한국일보>에서 소개한 구글의 약진의 배경 "똑똑한 검색엔진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기술개발과 정책"과도 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관련기사 : [검색이 생활을 바꾼다] 날씨ㆍ교통ㆍ유가정보 등 `한눈에`

한편으로, 대략 2년 전부터 "네이버가 좀 흔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것은 근 15년간 산업계를 주관적으로 보며 느낀 것인데요, "내 주변에 특정 회사를 비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해당회사는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뭐 자기 확신 같은 것입니다.

90년대 후반에는 제 주변에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업체를 흉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회사가 잘 나가니까 안하무인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PC통신과 사업제휴를 위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정말 어려운 관문을 거쳐야 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PC통신과 손을 잡고 싶어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로도를 느끼다보니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꼭 그런 방법밖에는 없었을까요?

2000년대 초반에는 다음이 계속 1등을 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한편에서는 "다음 사람들 콧대가 너무 쎄다"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당시 다음과 제휴를 하려고 다음본사를 찾아본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그들의 고자세에 놀랐을 것입니다. 고객 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감정케어'가 되지 않은 것입니다.

2,3년 전부터는 "NHN 사람들이 너무 사람을 쎄게 대한다"는 말이 무더기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면에 2위로 밀려난 다음 사람들은 겸손해진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주변에 제휴를 위해 네이버와 다음을 번갈아 방문한 사람들이 몇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네이버에서는 할말도 제대로 못 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반면에 "다음에서는 말이라도 편하게 했다"고 했고, 그중에 한명은 다음과 상당히 만족스러운 조건으로 제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서비스를 보면 다음의 경우 다른 업체의 블로그 서비스의 컨텐츠도 다음뷰 등에 차별없이 노출이 됩니다. 하지만 네이버에서는 그런 오픈 마인드를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첫 화면을 터서 링크 아웃을 시키는 뉴스는 예외입니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는 PR파트에서 말하는 기업의 평판과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도 평판이 무너지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아직은 NHN의 아성이 유효하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지만 일단 변화의 조짐은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밖에 세상의 담론을 수용하려는 노력, 일관적인 PR전략(최근 실시하는 생활형 포털 전략 : 매체(8.19, 아시아경제 등), 최근 TV광고)  등 다음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IT업계 내부인도 아니고, 그쪽을 면밀하게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일단 다음의 약진에 대한 거친 결론은 ▲기본서비스 개선에 충실하고 ▲기업 평판 개선을 위해 구성원들이 겸손했으며(또는 구성원이 겸손하여 기업평판에 개선됐으며) 등 'Back to basics'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경쟁이 흥미진진합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내년 작은 변수가 있다면 월드컵 열기를 어느 포털이 흡수하느냐가 변화의 속도조절 기어가 될 것 같습니다.

NHN의 경우 변화를 보도하는 매체의 기자들에 대한 1:1 대면 홍보를 우선시행하면서,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 같은데요, 주요 해법을 게임에서 찾는다면 게임 유행 후에 포털 쪽 변화가 의외로 클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바빠질 것 같습니다. 다만, 미투데이 등 신규 서비스가 기존 서비스에 효과적으로 녹아들 경우, NHN에게는 새로운 카드가 될 것 같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