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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욕설 내뱉는 서포터를 둔 구단은 망한다

by walk around 2009. 6. 11.


최근 K3리그 부천FC 1995의 경기를 촬영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 온 한 방송국 관계자의 말이다.

"부천 상대팀 서포터도 촬영을 했는데 화면을 살리기 힘들 것 같아요. 열정적인 모습을 담으려고 했는데, 욕설이 너무 많아서 오디오를 쓸 수가 없어요."

나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듣지 못 했지만, 당시 상대팀 서포터즈의 욕설은 경기내내 계속된 모양이다. 이 문제는 좀 오래된 것 같다. 해당 서포터즈가 욕이 좀 심하다는 말을 오래 전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일까? 해당 팀의 관중은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었다.

↑ BFC의 홈페이지 헤더

"내가 이 도시에 왔을 때 FC베를린은 슈포르트포룸이라는 아주 작은 경기장에서 시합을 하고 있었다. 당시 관중은 겨우 1,000명 정도였는데 대다수가 미치광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의 훌리간이었다. … 팀은 곧 아마추어리그로 떨어지고 말았다."(축구전쟁의 역사 42페이지)

FC베를린은 동독 시절에는 디나모 베를린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고, 최강 클럽이었다. 하지만 독일 통일 후 소수의 강건 팬들만 남으면서 소수만의 팀으로 전락하고는 4부리그까지 몰락했다. 현재 팀명은 BFC 디나모를 쓰는 것 같다.

반면에 지역내 라이벌인 우니온 베를린이라는 팀은 3~4부를 오가는 팀이지만 팬들과 스킨십을 가지면서 2001년에는 독일컵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이후 2부리그까지 올랐고, 독일컵에서는 준우승을 하고 UEFA컵에 진출하는 칼레의 기적과 같은 레벨의 업적을 이룬 팀이다.

FC베를린의 몰락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강성 팬도 한 몫했다. 덕분에 지역 내 라이벌인 우니온에게 팬의 규모면에서 크게 밀렸다고 한다.

꾸준히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고 하니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팬의 성향이 구단의 생존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참고할 수 있는 사례인 것 같다.



부천 서포터는 팀을 잃고 다시 팀을 만들어 내면서 생존의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때문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강성 서포터들이 구단의 흥행을 위해 얌전한 보이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 관중이 느끼는 위화감을 줄이고, 어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는 부천뿐 아니라 K3의 다른 구단들도 흥행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다른 리그 팀보다 K3리그의 팀 중에 지역과 함께 하는 진짜 축구팀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구단을 가장 사랑한다는 서포터들의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