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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he Fan

축구 서포터는 특정 선수를 좋아하면 안된다

by walk around 2010. 6. 18.

축구 서포터는 특정팀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팬을 말합니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평생 오직 한팀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한 사람들입니다. 서포터는 당연히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선수들과도 친분이 쌓이게 됩니다.

먼 곳으로 원정을 떠나서 교통편이 마땅치 않을 때 갑자기 구단관계자가 선수단 버스를 태워줘서 선수들과 친분을 쌓기도 하고, 선수가 이런저런 부탁을 하려고 연락을 하는 바람에 선수와 말을 트기도 합니다. 팬과 선수의 모임같은 행사에 갔다가 전화번호를 교환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에 서포터라는 조직이 생기기 시작한 90년대 중후반부터 서포터들 사이에는 "선수들과 연락하지 말라"는 일종의 불문율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이런 원칙아닌 원칙은 서포터에게 매우 유용한 것 같습니다.(따지고 보면 선수에게도 유용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특정 선수와 개인적인 친분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정도가 되겠네요. 팀에 기여하는 선수를 좋아하는 거야 있을 수 있는 것이니까.


특정 선수와 가까워지면 팀을 지지한다는 서포터는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선수는 팀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특정 선수를 따라서 응원하는 팀을 바꾼다는 것은 역시 90년대 중후반부터 서포터들이 이야기한 '유랑극단'이 되기 딱 좋습니다.

"오늘 뛰실 거예요, 밥?"은 내가 아스날 선수에게 건넨 단 네 마디 말 가운데 하나이며(다른 세 마디도 적어보면, 그 다음 시즌에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밥 윌슨에게 했던 말 "다리는 어때요, 밥?", 찰리 조지, 팻 라이스, 앨런 볼, 버티 미에게 했던 말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어요?", 내가 철이 든 다음 아스날 기념품 가게 바깥에서 브라이언 마우드에게 했던 말 "다리는 어때요, 브라이언?"이다.)

요즘 외우다시피 읽고 있는 <Fever Pitch>의 한 구절입니다. 저자 닉 혼비는 세계가 알아주는 아스날 서포터이지만,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스날 선수와 단 네마디를 나눴다고 합니다. 왜 일까?

팀이라는 것은, 사실은 거기서 뛰는 선수들보다는 우리 같은 팬에게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년 전 그 선수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20년 후에 그들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또 몇몇 선수들은 고작 2년 뒤에도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빌라 파크나 올드 트래포드에서 드리볼을 하면서 아스날의 골문을 향해 쇄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닉 혼비가 정말 중요한 말을 할 차례입니다

아니, 아는 지금 그대로의 현실에 만족한다. 그들은 선수이고 나는 팬이며 그 경계선을 허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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