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전화 "우린 서포터즈와 같은 비행기를 타겠다"

부천FC 1995 구단의 정민 운영팀장은 최근 잉글랜드 FC유나이티드오브맨체스터의 직원 마이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의 내용이 뜻밖이었습니다. "한국으로 갈 때, 저가항공을 이용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유맨은 초대를 받는 손님입니다. 따라서 항공료와 체류비용 일체를 주최측에서 부담합니다. 이럴 경우 손님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비행기, 더 좋은 숙소를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잉글랜드에서 한두시간 거리도 아닌 한국까지 불편한 저가항공을 타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답변이 가관입니다.

"우리 구단이 한국으로 갈 때, 유맨의 서포터즈도 갈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서포터즈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다."

선수단의 항공료는 한국의 행사 주최측에서 제공하지만 서포터즈는 자비로 와야 합니다. 따라서 서포터즈는 비용절약을 위해 저가항공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유맨은  서포터즈와 함께 불편함을 감수할 테니 함께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왜 유맨이 무서운 팀인지 알겠습니다. 그 팬들이 세계 최강 맨유를 버리고 나와 왜 고행의 길을 사서 걷는지도 좀 알겠습니다. 한때는 맨유의 열성 서포터였던 그들이지만, 직접 팀을 만들고 2005년 10부리그로 뛰어든 기개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유맨의 선수들과 팬은 한 가족이고 꿈을 향해 똘똘 뭉쳐서 나가는 중입니다. 그들은 지금 벌써 7부리그에 올랐습니다. 아직 비정규리그이지만, 정규리그인 4부까지는 이제 3계단이 남았습니다.

팬을 중시하는 구단의 무서움

역시 10부에서 출발한 비슷한 역사의 AFC윔블던이 지금 5부에 도달했습니다. 역시 창단 후 매년 우승하여 파죽지세로 올라왔습니다.(윔블던은 유맨 창단에 도움을 주었고, 부천FC와는 형제 구단입니다. 지금은 부천-윔블던-유맨 모두 fan made club network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팬이 만든 클럽의 무서움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역시 더 좋은 조건으로 유혹해도 어지간해서는 구단을 떠나지 않는 부천FC의 선수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이만한 구단이 없다"는 모습도 생각이 났습니다.

결국 유맨 선수들은 저가항공을 이용하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항공편도 없었고, 일정도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서포터즈와 함께 저가항공을 타고 맨체스터에서 부천까지 가겠다"던 그들의 투박한 영국식 영어가 어떤 부르러운 말보다 따뜻하게 들렸을 것입니다.

살아서 한번 볼까말까한 진짜 축구팀들의 축구경기

맨체스터를 연고로 한 진짜 축구팀이 곧 한국에 옵니다. 진짜 축구팬이라면 맨유의 경기가 아니라 유맨의 경기를 보며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특정 축구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축구문화와 선수와 팬의 관계를 되새기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축구역사 모퉁이에 남을 빅이벤트의 요건은 이미 갖춘 경기, 살아서 한번 볼까말까한 진짜 축구경기가 곧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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