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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 story

연고이전 반대 거리시위(2006.2.14)

by walk around 2011. 1. 28.

이전 이야기 : 부천 STORY

연고이전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기자회견(2006.2.8)에 이어서 축구 서포터즈 단체들은 거리시위에 나섰다. D데이는 2월 14일. 축구장이 아닌 곳에 서포터즈들이 많이 모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무리 연고이전이 축구를 망치는 행위라고 하지만, 14일 시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지는 미지수였다.

행사 당일 오후 서포터들은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앞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모인 서포터는 어느새 100명을 훌쩍 넘겼다. 가장 사람들이 많을 때는 약 300명에 달했다. 누구도 예상못한 숫자였다. 그날은 평일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팬도 상당수 있었다.

매우 추운 날이었다. 추운날 개인사를 제치고 시위를 나올 정도였기 때문에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각자 준비도 많이했다. 현수막, 포스터 등 각종 구호를 적은 시위물을 만들어 나왔다. 대단한 분위기였다.



이들은 축구협회 앞에 모여 구호를 외쳤다. "연고이전 승인한 프로연맹 자폭하라" 이런류의 구호들이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선창을 하고 박수를 치며 각 구단의 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다. 특히, 모두 같이 부천의 응원가를 부를 때는 부천서포터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날도 대부분의 부천서포터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팀이 없어졌다는 것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화병이 난듯 가슴을 치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소리 없이 멍하니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 사람씩 무리 앞에 서서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부천SK와 경기 때 강렬한 모습으로 반대편에 서 있던 부천서포터 헤르메스를 만날 수 없어 애석하다는 의견, 연고이전은 전세계의 비웃음이 될 것이라는 의견, 다른 팀도 연고이전 이야기가 나온다며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의견... 부천SK와 추억을 이야기하며 울먹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래는 당시 시위에 나서기 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이다.

연고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보도자료
2006년 2월 12일

프로축구에서 ‘연고이전’이라는 말이 사라질 때까지!

- 연고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제 2 차 기자회견 개최 예정
- “연고 이전은 한국축구를 망치는 행위” K, K2리그 팬 한목소리
- 한국축구를 후퇴시킨 SK와 연맹에 대한 성토 쏟아질 듯

K리그와 K2리그 팬들로 구성된 ‘연고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오는 14일 2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국프로축구연맹(대한축구협회 건물)앞에서 2차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비대위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연고지 이전이 한국 축구 발전에 끼치는 영향을 알리고, 최근 연고지 이전을 감행한 SK와 이를 승인한 연맹에 대한 입장을 재차 발표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비대위 임원과 팬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고이전 반대 시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비대위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축구팬들이 전국에서 몰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대위측은 지난 8일 서울 대학로 붉은악마 축구 쉼터에서 1차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미디어와 일반인의 관심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맹의 확실한 입장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따라 이번 2차 기자회견 및 시위가 계획했다.

비대위를 구성하고 있는 프로축구 서포터즈와 국가대표 서포터즈인 붉은악마는 현재 진행 중인 월드컵 국가대표의 전지훈련과 2006독일월드컵과 같은 이벤트에 열광하는 것보다 한국축구의 ‘체질’ 개선의 전제 조건이 되는 ‘지역연고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 지역연고제 왜 중요한가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축구시장이 확장되어야 한다. 축구시장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팬이 많아야 한다. 팬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스타플레이어 등 ‘변하는 가치’에 집중하는 팬보다는 ‘지역’이라는 변하지 않는 가치에 주목하는 팬이 많아야 한다.

지역연고를 중심으로 리그가 벌어질 경우, 축구팀에 지역의 정서, 팬들의 정체성 등이 녹아들면서 리그에 열기를 더하게 된다. 스페인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까딸루냐 독립전쟁으로, 이탈리아의 경우 AC밀란과 인터밀란의 경기는 좌파와 우파의 경쟁으로 받아들여지며 팀과 리그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축구에는 역사와 문화가 투영되며 각종 라이벌전이 생겨나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연고이전이 이뤄질 경우 특정 팀에 대한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아 팬의 확보에 문제가 생긴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던 팀이 연고지를 이전할 경우 이에 실망한 팬들은 축구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된다. 대를 이어 한팀을 찾는 두터운 팬층이 형성이 되어야 리그의 안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가치의 충돌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과격한 까딸루냐 독립운동도 축구장으로 한정되고 있으며, 스코틀랜드의 종교정쟁도 축구장으로 제한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도 축구장에 국한되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리그에서는 소속 팀들의 연고지 이전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일본 J리그는 리그 가입 조건으로 지역과의 유대감을 꼽고 있다. 일본 리그가 지역민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비대위는 월드컵에서의 반짝 성적보다 축구의 지속적 발전을 야기하는 지역연고제 정착에 온힘을 쏟을 계획이다. 월드컵을 통해 축구에 관심을 가진 팬들은 1년이 지나지 않아 경기장을 떠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가 그랬고, 2002 한일월드컵 이후에도 그랬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강력한 지역연고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