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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강력했던 정신력이 무너진 것이 부천FC 부진의 원인?

by walk around 2013. 8. 10.

최근 부천 FC 1995의 승리가 줄어든 것을 나름대로 설명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문제제기, 체력, 실력,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내일 수원FC와 경기 승리를 기원하며 정신력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 부천FC, 2013년 여름 휴식기를 맞으며 문제를 제기한다면..

 

- 부천FC의 부진은 체력문제? 그렇다면 체력문제는 왜?

- 부천FC 선수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순위가 떨어졌다?

- 부천FC의 최근 무승, 전술에 문제는 없나?

 

다행히 8월 3일 경찰축구단과 경기에서 부천 FC 1995 선수들은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경기 이전 부천이 갑자기 부진에 빠진 배경에는 선수들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올 때, "오늘은 대충하자" 이렇게 생각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모든 선수들이 매 경기마다 "반드시 이긴다"라고 생각하며 그라운드에 오른다. 하지만 머릿 속으로 각오를 다지는 것과 무의식에서 "오늘은 우리가 이길 것 같다"는 느낌에 몸과 정신의 나사가 풀어지는 것은 선수 스스로가 제어할 수 없다.

 

이럴 때 선수들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분명히 우리가 이겨야 되는 경기인데, 우리 선수들도 불의의 실점을 한 이후에 죽을 각오로 뛰고 있는데, 이상하게 경기가 안 된다. 남은 시간 죽도록 뛰면 될 것 같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고 오히려 잇따라 실점을 내주고 무너진다. 정말 이상하다.

 

 

 

 

아마 지난 6월 29일 충주험멜과 경기가 그랬을 것이다. 리그 꼴찌 팀에게 0-3으로 패한 그 경기다. 실점을 한 선수들은 그 이후 죽을 각오로 뛰었지만 경기는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잇따라 실점을 하고 믿을 수 없는 패배를 했다.

 

대개 약팀과 또는 해볼만하다는 느낌에서 경기를 준비할 때에는 머리는 "최선을 다 한다"라고 생각을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어진다. 머리 속으로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도 되뇌이지만, 이미 무의식은 샴페인을 터뜨린다. 이 무의식은 근육에 신호를 보낸다. 근육의 긴장은 이미 풀어진다. 그러나 선수는 이를 느끼지 못한다.

 

행동에서도 미세한 변화가 나타난다. "내일은 뭐..."라는 느낌에 몸에 도움이 안 되는 음식을 한 입 더 먹고, 게임 조금 더 하고, SNS 조금 더 한다. 큰 차이 없는 것 갔지만, 선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컨디션은 다소 다운 된다.

 

주요한 경기 전 선수들은 약간의 흥분 상태에 도달한다. 그리고 집중하게 된다. 선수단 내에는 미묘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전해지고 이 분위기는 결의로 이어진다. 아마 기적같은 승리를 했던 개막전 수원전과 그 이후 몇 경기가 그런 분위기였을 것이다.

 

이들 경기에서 부천 선수들이 보여준 멘탈은 환상적이었다. 90분 내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팬을 행복하게 했다. 프리킥 하나도 허투르 차지 않았다. 공을 그라운드에 찍는 순간부터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이 지금 간접 프리킥이냐, 직접 프리킥이냐. 상대가 벽을 쌓고 대비한 후에 플레이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냐, 아니면 지금 공을 찍는 척 하면서 옆에 있는 누구에게 툭 차주고 기습을 할 것이냐 등을 고민하는 게 보였다. 경기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을 마치 아이큐 순서로 뽑은 것 같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어이없이 패한 경기 전에는 이런 팽팽한 긴장감과 그런 긴장감을 공유한 상태에서의 끈끈한 동지 의식이 다소 후퇴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경기 전에 "우리 승점 3점 챙기고 갑니다"와 같은 분위기의 SNS 메시지가 뜬다. 경기장 가는 버스 안에서 긴장이 아닌 낙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열심히 경기에 임해도 경기는 풀리지 않는다. 멘탈이 근육에 전달되서 움직임에 변화를 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갑자기 힘이 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반대로 긴장하고 임했다가 몸이 얼어서 경기가 어렵게 된다면 몸이 풀리면 일을 낼 수 있다. 긴장이 처음부터 풀린 상태면 그게 안된다. 

 

무의식 중에 놓아버린 멘탈도 다시 돌아오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열심히 하자고 서로 격려하고 팬들의 질책에 각오를 다지지만 경기 양상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멘탈 잡으려 하는데도 경기 양상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며 오히려 멘붕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부천처럼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대책은 없을까? 모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은 무의식에서도 비행기를 먼저 타지 않도록 긴장해야 한다. 상대가 아무리 약팀이라도 상대의 강점, 상대와 경기 때 겪었던 위기, 상대 팀 중 주의할 선수, 이번 경기에서 패했을 때의 후폭풍, 약팀에게 졌을 때의 수치심, 날려버린 승리수당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정신줄을 놓으면 안된다. 그렇게 해서 약간의 긴장을 유지하고, 승리를 확신하되 얕보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는 멘탈을 조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긴장감은 연습에서 보여준 실력과 태도에 따른 공평한 선수 기용, 훈련 또는 경기 전후 동기 부여 등 코칭스텝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이제 선수들이 리그에 만만한 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올스타전에서 일부 주목받은 일도 있었지만, 이후 경기에서 잇따라 실점하면서 주목받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현실을 깨달은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즉 이 판이 이제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는 매 경기 긴장하고 준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