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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살인자> 왜 사람들은 가까운,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공격할까?

by walk around 2013. 9. 6.

친밀한 살인자. 부제는 '이웃 살인의 역사로 본 폭력의 뿌리'. 아. 호기심 돋는 기획이다.

 

캘리포니아 UCLA 역사 교수 러셀 자코비의 저서.

 

초반에 무지 재미있어서 시간내서 읽다가 중반이후 유대인 관련 내용이 길어지면서 다소 지루하다가 무난하게 정리되는 느낌으로 읽었다. 특히 '살인'까지는 아니지만, 내 주변에서 물리적 또는 심리적 또는 정서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사람들이 극한 대립하는 것을 자주 목도하는데, 이 책은 그 이유를 비교적 명백하게 설명해 준다. 그 점만으로도 큰 배움이자 수확이다.

 

 

"사람들은 서로간의 사소한 불일치때문에 -그것만 아니라면 똑같았을 텐데- 섬뜩함을 느끼고 증오를 품는다."

 

프로이트의 통찰력 넘치는 글을 인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자의 역량으로 느껴진다. 아주 멋진 말이다.

 

"각종 폭력에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그것은 공감 결여" - 어느 사회학자

"인간에게는 본성과 비교할 수 없는 폭력 능력이 있다" - 영장류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

"대부분의 전쟁은 이제 국내 전쟁이다" - 세계은행 출판물

 

위 인용도 훌륭하다.

 

"역사에서 빈번하게 보이는 사례가 그랬던 것처럼 가깝기 때문에 나타난 것은 온정이 아니라 분노였다"

 

이웃을 학살한 위그노 학살을 이야기하다 던진 이 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내전이 더 잔인하다 ... 스페인이나 러시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적의는 가깝기 때문에 발생한다."

 

"문학의 주제로서 망령, 그림자 혹은 쌍둥이 등 수많은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상황은 웃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불안을 일으킨다. 왜 그럴까? 복제는 자아를 위협한다. 사본은 원본에 도전한다."

 

"지라르의 통찰은 여기서 효과를 발휘한다. 서로가 유사하다고 반드시 화합하는 것은 아니다. 유사성은 질주와 분노를 낳을 지도 모른다. 동일성의 근거가 개인들의 독특함인 까닭에 유사성은 자아를 위협한다. 복제분신은 공포를 일으킨다."

 

"동일성이 난폭하고 과격한 현상으로 나타자는 이유는 나약하고, 나약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으로 똘똘 뭉친 에고이스트가 나약한 에고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처럼, 동일성은 정체성이 위협을 받을 때 호전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는 세계화나 미국화의 동력 때문에 수많은 자기정체성을 위협받고 있다."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다는 옮긴이 김상우도 책 말미에 "분노를 야기하는 것은 '타자'가 아니라 '타자의 부재'다." - 저자 자코비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 못지 않은 분석을 첨부했다.

 

"사람들이 차이가 클 때보다 작을 때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이가 작다는 것은 같은 게 많다는 뜻이다. 서로가 닮은 꼴이기 때문에 분노한다니 이것은 무슨 말일까. 여기서 프로이트의 유명한 '언캐니' 개념이 등장한다. "자아보다 익숙한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낯선 모습의 자아보다 이상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의 동일성,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은 차이를 잃는 것보다 훨씬 두려운 사태."

 

 

 

- 유럽에서도 이런 일이. 위그노 학살 등 이웃을 살해 후 식인을 하기도 했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