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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book, movie

<서태후와 궁녀들> 화려한 일상 때문에 대세를 그르친 것 아닌가

by walk around 2013. 9. 3.

<서태후와 궁녀들> 이 책은 한 신문의 서평을 읽고 냉큼 구입했다. 궁녀가 실제로 곁에서 지켜본 서태후에 대한 이야기란다. 이런 식의 기록문학. 나는 너무 좋아라 한다.

 

책에서 우선 인상 깊었던 것은 한족 특유의 허세 의식이다. 중국에는 명품 시계를 돋보이게 하는 소매 짧은, 그것도 왼팔 소매만 짧은 셔츠가 이미 오래 전에 출시됐다고 한다. 책에서 청대에 다보보라는 과자를 사먹는 모습을 묘사한 글을 보면 기가 막힌다.

 

일부러 몇 개는 포장하지 않고 가게 문 앞에서 거리의 사람들이 보란 듯이 먹는다고 한다. 포장한 다보보 과자는 눈 높이로 들고 있는단다. 다 보라는 것이다. 다보보는 부스레기가 많이 나와서 실제 털어내면 먹을 게 작아진다는 데, 있는 사람이 그걸 신경쓸 리 있다. 호쾌하게 절반 가까이 털어내고 먹는다.

 

 

점원은 이때 물을 한 사발 주는 모양이다. 손님은 이 물을 입에 머금고 입을 헹구고는 가게 앞 길에 요란하게 뱉는다고 한다. 다보보 먹었다는 거다. 그리고 물 그릇을 점원에게 주는데 즉시 받지 않으면 일부러 떨어뜨려 그릇을 깬다고 한다. 다보보 사먹는 고매한 사람의 지시를 왜 늦게 받드냐는 의미다. 그리고 팔자걸음을 걷는다. 집에 말이 있다는 의미란다. 에휴..

 

일반인이 이 정도였으니 일세를 풍미한 서태후는 상상 초월이었다. 두꺼운 책 639 페이지의 내용 중 대부분이 서태후의 일상이다. 묘사할 것이 그렇게 많다. 상징적으로 말해서 한 겨울에도 가시는 발걸음마다 푸른 연꽃 잎을 깔아주는 식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의사결정을 위해 행차할 때도 겉치레 준비가 한나절이고, 여기에 동원되는 사람이 기십명이니 언제나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궁이 온통 그랬다. 작은 나라 하나 운영할 비용이 소모됐을 것이다. 지방 관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던 것 같다.

 

형식에 소모된 이런 헤아릴 수 없는 에너지를 달리 사용했다면, 청나라가 그 처럼 종이 사자라는 말을 들으며 간단하게 열강에 무릎을 꿇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태후를 비롯한 황족은 제국주의 침략 때 북서쪽으로 피난을 떠난다. 이때 황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옥수수 죽을 먹었다고 한다. 심지어 궁녀도 옥수수와 수수를 구분하지 못 하는 상태애서 그간 살았다.

 

위에 있는 사람들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머리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반드시 경험을 하고 봐야한다. 황제도 나라가 망조가 들어 피난을 떠나서야 비로소 서민의 삶을 경험했다. 모르니, 제대로 정책이 나올 리 없다.

 

이 책의 교훈을 우리 사회 지도계층이 공감 했으면 좋겠다.

 

아래 사진은 서태후의 긴 손톱 보호 정신구라고 한다. 대개 치장이 이 정도였다.

 

 

 

 

아래 사진은 세계 변화는 모른 채 형식과 분쟁 속에 살다 제국주의 침략에 대응 못하고 피난을 떠나는 서태후와 황족 일행. 먹을 것도 없고, 들판에서 용변을 보는 등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경험을 한다. 사진은 그나마 일행이 나중에 지방 관리들 덕분에 늘었을 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