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와 함께 몇 번의 해외 원정을 다니면서 느낌점. 특히 교민들의 반응이 열광적이라는 것.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한국 대표팀의 경기는 애들레이드라는 도시에서 있었다. 모로코를 상대로 1-0 승리(이천수 골). 경기 후 붉은악마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경기장 밖에서 응원(장외응원)을 했다. 응원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주변에 교민들이 감쌌다. 교민 중 할머니가 한 분 있었는데, 박수를 치며 "아이고 잘 한다. 잘 한다. 아이고 재밌다 재밌어!"를 연발했다.

 

호주 이민 생활이 꽤 고단하셨을 그 할머니에게 붉은악마는 간만에 시원한 한 바탕 살풀이 마당을 제공했다. 얼굴이 환했다. 그 분이 호주에서 언제 한번 대한민국을 외치고, 애국가를 불렀을까.

 

2003년 도쿄 한일전. 역시 1-0 승리(안정환 골). 이 경기에서는 경기 중에 붉은악마와 울트라니폰의 몸싸움이 있었다. 싸움은 울트라니폰이 걸었다. 몇 사람이 웃통을 벗고 붉은악마 진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때 가장 맹렬하게 저항한 사람은 젊은 재일교포였다.

 

몸싸움이 진정된 후 화장실에서 그가 한 말은 "주변에 내 편이 있다는 생각에 용감해졌다"고 말했다. 외로웠던 일본 생활에서의 한풀이를 한 셈이다.

 

2004년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 베트남 원정. 2-1 승. 이때도 교민들이 단 6명인 붉은악마 원정단이 알려주는 응원을 따라하려고 눈을 크게 뜨고 있던 기억이 난다. 교포 자녀들은 완전히 흥분모드. 경기 후 함께 사진 찍느라고 난리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참패한 경기. 이날 내 메모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교포들이 붉은악마 주위에서 즐기는 모습. 알제리 응원단에 야유를 하는 것도 교포들. 언제 그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대놓고 표현할 수 있었을까."

 

또 응원 준비 중에는 교포 자녀 몇 명이 태극기를 받고 어눌한 한국어로 감사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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