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부천FC 1995

부천편향, 부천 vs. 마르티스(09.4.11, 다음 K3리그 4라운드)

by walk around 2009. 4. 11.

강북구민운동장은 아담하고 관중석도 필요한만큼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했다. 등산로가 관중석 옆으로 나있는듯 계속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골대 바로 뒤가 사람들이 오가는 입구였다.

부천FC 1995와 서울 FC마르티스의 경기(2009.4.11. 다음 K3리그 4라운드, 강북구민운동장)는 4-2로 부천이 승리했다. 승리는 했지만 이상하게 쪼끔 기쁜(?) 힘겨운 승리였다.

곁에서 지켜본 부진의 첫번째 이유는 우리 선수들의 몸이 유난히 무거웠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음 날 중요한 일이 있고, 그래서 좀 일찍 출근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 일찍 잔다. 그래서 아침에 되도록 상쾌한 컨디션으로 길을 나선다.

반대로 조금 늦게 가도되는 상황이라면 긴장이 풀어져서 저녁에 인터넷 서핑도 하고, 서포터 사이트도 기웃거리고, TV 채널 체크도 하다가 늦게 잔다. 그리고 아침에 허둥대고,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다.

나는 선수들이 혹시 약팀과 경기를 앞두고 수면시간 등 여러가지 점에서 긴장이 풀려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만약 컨디션 난조가 그런 이유라면 좋은 경험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힘들게 만난 인연이고, 어렵게 함께 가는 상황이다. 이왕 시작한 거 치열하게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오늘 경기에서는 순간 집중력을 잃으면서 어이 없는 실점(특히 두번째)을 하고, 공격을 할 때에도 이해가 안되는 패스도 나왔다.

컨디션 난조를 불러온 또 다른 이유라면 무더운 날씨의 오후 3시 경기라는 점과 부천보다 매우 낮은 시설수준이다. 이 문제는 안타깝지만 선수들이 원정 때는 항상 감안을 해야한다. 온고을도 그렇고, 마르티스도 그렇고.. 아마 원정은 대부분 그럴 것이다. 날씨 문제는 이유는 될 수 있지만.. 상대도 같은 날씨에 뛰었다.

전반 초반 2골 실점의 문제는 참으로 뼈 아프다. 모두 오른쪽 사이드가 털렸다. 그 자리의 선수가 엄청 빠른 탓도 있다. 그리고 지난해 우리 수비의 주축이자 수호신 역할을 했던 채주봉 선수 쪽이라는 게 더 가슴 아프다. 아직 몸이 끌어오르지 않은 듯 하다. 몸이 다 만들어 지면 K3 무대가 좁은 선수인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부천 철벽수비의 주축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마 감독도 그런 믿음으로 다소 약팀과 경기 때 스타팅의 기회를 준 것 같다. 아마 내가 감독이라도 장기 리그를 위해서, 약팀과 경기에 자신감이 필요한 선수들을 출전시켰을 것 같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문제를 파악한 후 이른 선수 교체 후 수비 쪽에서 위기는 거의 없었다. 덕분에 정현민 등이 교체 수 초과로 기회를 잡지 못해 안타깝다.

실점은 그렇다치고 골이 적었던 것은 다들 봤다시피 1명 빼고 전원이 수비를 하다보니 공간이 너무 좁었다. 리그 초반 마르티스는 의욕적으로 상대팀과 경쟁을 하다 7골, 10골을 털렸다. 그 이후 리그의 수준을 인식했는지, 지고 있어도 전원 수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마음 먹고 잠그면 사실 대책은 없다. 이런 와중에 중거리 슛이 적었다는 건 아쉬움이다. 교체되기 전 골키퍼는 유효슛이면 다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이때 마르티스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아서 자신의 진영에서 공간을 주지 않아 슛이 적었다. 그리고 리그 경기를 거듭하며 자신들의 특성을 살린 전술도 만들어 가는 것 같았다.

마르티스의 공격은 매우 단조롭다. 미들에서 사이드로 빼고 직접 해결하거나 크로스... 이게 거의 다 였다. 초반에 이것을 잡았다라면..

다수의 예상대로 이번 리그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면서 골득실이 순위 경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당장 4라운드가 끝난 현재 부천이 리그 2위인데, 1위와 승점이 같다. 그러나 마르티스에 10골을 넣은 서유가 골득실이 +10이다. 3위 삼척이 역시 마르티스에 7골 넣고 골 득실이 9다.

나중에 이 팀들과 4~7위 권에서 혼전을 벌이며 FA컵 출전을 다툰다고 가정하면 오늘 경기는 정말 뼈아플 것이다. 이제 이런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으려면 확실하게 승점을 챙기는 수밖에 없다.

다음 경기는 천안이다. 지난해 천안 원정에서는 최고의 패스웍을 보이며 선전했으나, 최영민의 알까기 실수로 1-1로 비겼고, 후기리그 때 홈에서는 2-4로 발렸다. 후기 때는 그 경기 전후로 계속 질 때였다. 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광산에 4골, 삼척에 4골...

하지만 올해는 컨디션 조절만 잘 하면 천안과는 해볼만 하다. 아니, 이길 것 같다. 천안은 이번 라운드에서 청주에게 0-1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이전 경기에서는 서유를 잡았다.

선수단에게도 천안전은 정말 피 같은 경기다. 이 경기에서 패하거나 비기면 홈 3연승, 리그 3연승이 날아간다. 구단에서 약정한 2종류(홈3연승, 리그 3연승) 연승 수당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나마 원정에서 패하면 홈 3연승 수당은 남지만 이번에 공교롭게 두개의 사이클이 모두 겹쳤다.

오늘 서포터스는 훌륭했다. 12번째 선수라는 통념답게 정말 선수만큼 뛰었다.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이 왔다.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은 서포터스를 보고 연신 셔터를 눌렀고, 선수들과 승리를 축하할 때는 아예 동영상을 돌려댔다.

아쉬운 이야기만 잔뜩 썼지만, 이기는 중에도 득점 후 공을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어 간 것이나 실점 후에도 서로 격려하는 모습, 밀집 수비 속에서 어쨌는 4골을 넣은 것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만약 뚫리면 1:1인 상황에서 뒤에서 발을 건드려 넘어뜨린 3건 이상, 페널티 에이리어 안에서 손으로 걷어내고도 PK가 주어지지 않은 것 등이 원하는 대로만 됐다면 3,4골은 더 들어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천안과 홈경기는 이제 올인을 해야할 경기이고, 그 다음은 용인에게 이기고(1-0), 포천에게 지고(0-1), 삼척과 비기고(0-0), 서울에게 진(0-1) 이천이다. 전적를 보면 날겠지만, 리그 신입생이 초반에 강팀만 잇따라 만났고, 모두 0~1골 차이의 박빙의 승부를 펼친 강팀이다. 게다가 다음주는 청주와 붙는다. 아마 진이 다 빠져서 부천을 맞이할 것 같다. 천안 잡으면 4연승이 보일 것 같다.

선수들, 오늘 경기 잊고 컨디션 조절의 교훈을 되살리며 천안 전 홈에서 상쾌하게 만나자. 내가 볼 때 천안, 이천 둘 다 잡으면 마르티스에게 10골 넣은 것 이상의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