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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Ticket & Story

[K3] 부천FC 1995와 서울유나이티드의 격전. 부천이 웃다

by walk around 2009. 11. 1.

2009년 10월의 마지막밤 저녁 7시. 쏟아지는 가을비와 신종플루의 압박에도 K3 부천FC 1995와 서울유나이티드의 경기에는 수백명의 축구팬이 몰렸다. 하지만 평소보다는 역시 적은 수의 팬들. 입장 수익이 적을 것이란 생각에 연간회원권이 있는데도 입장권을 사서 입장했다.

결과는 2-1. 부천의 신승이었다. 특히 부천의 역전골은 후반 47분에 터졌다는 점에서 부천팬 입장에서는 흥분이 되는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는 몇 가지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이 보였다. 김민우 선수는 최근 주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이에 실망하지 않고 최근 연습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매우 중요한 이번 경기에 주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전반이 끝나기 직전에 동점골을 성공시켜 전반기 돌풍의 주역다운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골키퍼 차기석은 2개의 골과 다름없는 슛을 막아내면서 그가 왜 차기석인지 다시 한번 확인을 시켜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심판의 휘슬이 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고, 팬들도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기운을 살리는 응원을 했다는 점이다.

만회골은 빠른 패스와 빠른 침투라는 움직임에 의해 찬스가 났다. 그리고 문전 앞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찬스를 내어주는 양보에 의해 골이 났다. 역전골은 높은 코너킥과 공을 놓치지 않은 집중력에 의해 골이 났다. 모두 부천의 승리 공식이다.

또 한때 팬들과 소원한 관계였던 박영수 코치와 팬들이 거의 모든 앙금을 털어낸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경기였다는 점도 부천구단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서포터석에서는 '박영수'라는 이름이 연호되기도 했다. 엄청난 변화다.

특히 역전골의 주인공이 주장 박문기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최근 두세 경기에서 박문기는 상대의 집중적이고 축구 룰을 초월하는 견제의 대상이 되었지만, 심판에 의해 적절한 판정을 받지 못했다. 덕분에 심판의 판정과 경기 흐름에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골로 그런 아쉬움을 훌훌 털었을 것이다. 일종의 마음의 정화가 된 골이라고 할까.

선수들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팀웍이 더 맞지 않거나 의사소통에 실패했을 때 짜증을 내는 모습을 탈피하게 됐을 것 같다.

부정적인 모습도 있었다. 특히 전반전에 우리 진영 미들에서 상대가 너무 편하게 패스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미들에서 우물우물 드리블을 하면서 일자수비 사이로 침투 패스를 슬쩍 찔러 넣을 때마다 간담이 서늘했다. 아예 그런 드리블이 되지 않게 괴롭혀야 하지 않았을까?

또한 예상대로 서유가 거칠고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왔는데, 거친 플레이에 지나치게 여유있게 대응하는 부천의 특징도 다시 보였다. 우리 문전 앞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상대 때문에 몇 번 아슬아슬한 장면이 있었다.

첫 실점은 우리 선수들의 오프사이드 예단(실제 오프사이드 여부를 떠나서), 빠지는 선수 마크 실패 등이 어우러진 상황에서 일어났다. 공중볼 같이 떠서 세칸볼이 상대에게 가는 것을 막고, 침투하는 선수에 묻어다녔다면 실점을 하지 않았을 수 있을 것이다.

경기는 이겼다. 결과 덕분에 선수들의 활약과 노력도 빛이 나게 됐다. 강우람은 팀이 자리를 잡지 못했던 전반부터 왕성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오버래핑과 강슛 등을 선보이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석근은 몇번의 실수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부천의 부동의 미드필더 역할을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허슬 플레이로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김태륭도 이번경기에서서 교체 투입 후 분위기 반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후반에는 상대 공격을 잘 끊은 김재진 등 다른 선수들도 살아난 것 같다. 정현민인 부상 중임에도 양팀 통틀어 여전히 가장 빠른 선수였다. 첫번째 골의 시발점이 된 고철호의 침투 패스는 예술이었고, 어시스트보다 훌륭했다.

선수 교체를 할 때마다 팀이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는 벤치의 박영수 코치의 역할과 경기에 참여는 못 했으나, 지난 연습에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노력한 곽창규 감독의 역할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 같다.

부천은 전반에 골키퍼와 일대일 등 결정적인 2번의 찬스를 놓쳤다. 서유도 골대를 맞추는 등 2번 정도의 골과 다름없는 찬스가 있었다. 부천이 결정적인 찬스를 모두 성공했다면 대승을 했을 것이고, 서유가 찬스를 살렸다면 서유는 부천에서 축제를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2-1 부천의 승리였고, 모든 것은 가정과 아쉬움으로만 남았다.

그리고 승리한 부천은 침체된 분위기도 살고, 팬과 구단도 더욱 결속하는 등 예상 외 소득이 따라왔다. 결국 축구는 승리가 모든 허물을 감춰지게 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그게 축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