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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축구는 수학이 될 수 있을까?

by walk around 2010. 11. 4.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특정 선수의 오른발 볼 터치수 대비 왼발 볼 터치수. 평균 공 보유 시간. 각 방향별 패스 비율. 특정팀의 공격 루트비율. 패스의 길이별 비율. 이런 것을을 종합해서 '축구 승리의 공식'을 만들 수 있을까?

요즘은 이 정도는 아니지만, 선수의 플레이 장면이나 팀의 경기 모습을 비디오로 분석을 해서, 그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공격을 날카롭게 하는데 사용하는 정도는 일반화 되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한국팀 비디오분석관 고트비는 이런 분석능력을 앞세워 이란 국가대표 감독이 되기도 했다.

많은 경기를 보면서 수학적 계산이나 분석은 분명히 경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222페이지에는 과학적 마르크스주의 논리를 축구에 끌어들인 우크라이나의 발레리 로바노브스키 감독이 소개되고 있다. (이하 파란색 글씨는 상기 책자 인용)

"그가 생각해 낸 체계에 따라, 과학자들이 패스와 태클, 슛을 기록하게 된다. 이들 과학자들은 성공적인 액션과 실패한 액션을 기록한다. 그들이 기록한 이러한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각 선수의 참여도, 활약상, 실책률, 가능성 등에 대한 평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 2008년 4월 12일 부천FC 1995의 아산원정 경기

히딩크가 2002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일부 선수들은 "다리보다 머리가 아팠다"고 했다. 히딩크와 고트비가 만든 '축구공식'을 암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이런 분석을 활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공식에는 없는 '창의적인 축구'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수학축구, 분석축구는 분명히 한계는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을 수학과 분석의 체계에 매몰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로마노브스키의 방식은 소비에트 정권과도 유사하다. 소비에트처럼 개인의 독창성을 억제하는 예로 로마노프스키의 평가항목 중에는 창의력이나 대담성에 대한 항목이 없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수직 패스나 수평 패스나 똑같은 점수를 매긴다. 허를 찌르는 기막힌 기술도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덕분에 우크라이나 축구는 도약에 번번히 실패하는지 모르겠다. 반면에 브라질과 브라질과 유사한 스타일로 지목되는 나이지리아 등이 큰 족적을 남기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필드에 공이 떨어지면 죽자 사자 쫓아가지만,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에너지를 비축하고 좀더 선택적으로 공을 쫓아가도록 훈련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댁 상대편 수비수의 실수를 틈타 빼낸 공을 긴 패스로 연결해 득점 상황을 만들어낸다. … 반면에,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여유있는 속도로 공격에 임하며, 다양한 기술과 짧은 패스를 이용해 득점 기회를 이끌어 낸다."

내 생각에는 축구발전의 단계에서 어느 수준까지는 우크라이나 방식이 유효하고, 그 수준을 극복하면 나이지리아 방식이 유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