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들이 이처럼 유명인사 대접을 받는 이유는, 옐로카드와 패널티를 선언하지 않고 지나간 난폭한 태클들에 대해서 이탈리아의 대중매체가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들은 마치 음식점이나 영화의 흥행 순위를 매기듯 심판들의 경기 진행을 평가하여 인기 순위를 매긴다. 정기적으로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계산한 통계분석을 발표함으로써, 심판들이 각각 어떤 편파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내고자 한다."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인용. 이하 파란 글씨 같은 책 인용
이 인터뷰는 경기가 끝난 후, 약 6년만의 일입니다. 심판의 판정에 대한 이탈리아의 집착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화는 앞서 <축구는...> 책에서 소개한 내용을 보니 이해가 갑니다.
2002 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에서 주심 바이런 모레노(Byron Moreno)는 69년생이고 에콰도르 출신입니다. 당시 모레노는 한국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판정을 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당사자인 이탈리아는 거의 패닉상태에 빠질 정도였습니다. 모레노는 살해협박도 받았습니다. 페루자 구단주는 한국 선수 안정환을 순식간에 역적 대접하고 쫓아내 버렸습니다.
모레노는 지난 9월에 미국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이탈리아 언론은 "역시 그는 정상이 아니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이에 앞서 지난해 2월 한국과 경기에서 헐리웃 액션 판정으로 퇴장을 당했던 토티는 "모레노가 최악의 심판"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심판에 집착이 심하기 때문에 시즌마다 심판 임명을 앞두고 말들이 많다고 합니다. 결국 무작위 제비뽑기를 할 때도 있다는군요. 명문구단이 심판을 매수한다는 의혹은 일상적인 수준입니다. "한국이 모레노를 매수했다"는 이탈리아의 일부 주장은, 이탈리아의 심판매수 사례 덕분에 유추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공공연히 알고 있는 것들이고, 그 이면을 살펴보면 더 많은 비리가 숨겨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밀란과 유벤투스가 심판 선발과정에 그처럼 강력한 힘을 미친다는 사실부터가 수상쩍은 비즈니스의 냄새를 풍긴다."
"1999년, 일간 스포츠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AS로마가 이탈리아의 일류 심판들에게 각각1만3,500달러짜리 로렉스 시계를 안겨 준 일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름하여 '시계들의 밤' 사건이다."
심판에 대한 이탈리아 축구팬과 언론의 집착이 참 재미있네요. 승부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팬십이 그런 문화의 원동력이 아닐까요. 뭔가 불투명한, 그래서 심판성향 분석이 필요한 상황도 이런 문화를 키우는 것 같습니다. 축구보면서 너무 복잡하게 머리를 써야하는 것 같아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친구가 자주 하던 말입니다.
"경기 후 심판의 이름이 궁금하지 않아야 좋은 심판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죠. "심판이 경기의 주인공이 되려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일부 경기 후, 팬들에게 그 이름을 진하게 남기는 분들이 극소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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