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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토트넘은 유태인 축구단? 축구가 만들어준 또 하나의 정체성

by walk around 2010. 10. 20.

토트넘 선수가 플레이를 할 때, 토트넘 팬들은 "누가 우리 지도들을 몰아내나!"라는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여기서 '지도'는 '지드'라고도 하는데(Yiddoes 또는 Yids), 유태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에서 소개한 내용입니다.

1994년 독일의 국가대표 위르겐 클린스만이 토트넘에 입단했을 때, 토트넘 팬들은 "위르겐은 독일인이었네. 지금은 유태인이네"라고 노래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토트넘 팬들이 다 유태인은 당연히 아닙니다. 다만 토트넘의 연고지 북런던의 스탐퍼드힐(Stamford Hill)에는 유태인이 많이 살았고, 덕분에 토트넘이 도매급을 넘어 갔다는군요. 토트넘 팬들은 "우리가 모두 유인은 아니다!"고 강변하는 대신에, "그래 우리 다 유태인이다. 어쩔래!"라는 식으로 대응했고, 아예 토트넘 선수가 공격을 할 때 '지드! 지드!'라고 외친다고 합니다. 이영표가 공을 잡았을 때도 '지드'라고 외쳤을까요?


같은 런던의 라이벌 첼시에도 유인 서포터가 많은데, 이들도 토트넘은 유인 팀이라고 놀린다고 하네요. 유인이 포함된 첼시 서포터즈는 "히틀러가 다시 그들에게 독가스를 …" 운운하는 응원가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역시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에서 소개한 내용입니다. 



저기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아름다운 부천종합운동장의 조명탑입니다. 이제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선수들과 또 한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약 10년전 난생처음왔던 부천. 이제는 매주 가는 것도 모자라, 평일에도 누굴 만나러 달려 갑니다.

축구팀의 정체성을 위해 또는 응원을 위해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잠시 잊을 수 있는 것이 서포터인 모양입니다. 서울에 프로팀이 없어서, 수원을 선택한 팬들은 지금 할 수 없이 FC서울을 건너에 두고 응원을 해야합니다. 물론 FC서울은 연고지 이전 팀이라 그 때문에 응원을 더더울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겠죠.

저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지만, 서포터 생활을 시작할 때 유공코끼리를 좋아하는 바람에 어영부영 부천이라는 도시에 축구 정체성을 심었다가 결국 짱 박고 말았습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2001년인가 부천종합운동장 완공 후 첫 경기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천이란 곳에 와봤습니다. 당시 나 같은 부천 서포터가 많았고, 그중 상당수가 결혼을 하면서 아예 부천시로 이사를 했습니다.

저는 아직 서울에 있지만 부천에서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부천에 많은 친구들이 있고, 장보러, 쇼핑하러 부천에 갑니다. 부천시청에, 기업에 아는 사람들도 많아 졌습니다. 부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 청약 넣었다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됐으면 큰 일 날번 했지요. 요즘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이렇게 부천에 와서는 축구 경기 때 누군가 부천을 비난하면 완연한 전투모드가 됩니다. 그것이 어머니 고향에서 온 팀이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부천FC 덕분에 제 정체성의 절반은 부천에 심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하긴 첼시를 응원하는 유태인이 토트넘 서포터를 향해 "유태인에게 가스를!"이라고 외치는 것보다는 낫네요. --; 그리고 서울 살면서 어쩌다 스틸러스 팬이된 진모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2주에 한번 포항 가느라 용 썼는데...^^

참고로 바이에른 뮌헨, AS로마, 아약스 등도 유태인 구단으로 인식되는 구단이라고 하는군요. 진짜 그런 게 아니라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아약스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는 유태인에 의해 유태인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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