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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living

채식주의자가 되는 길은 멀고 험한데... 나도 모르게 조금씩

by walk around 2012. 2. 23.

내가 채식을 시도하려는 것은 순전히 환경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사랑도 어느 정도 이유이지만, 채식이 100% 자연의 섭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면 유목민은 살 길이 없다.

일단은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육고기와 닭고기, 오리고기 같은 날짐승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다. 그게 만만치는 않았다. 갈등도 많았다. 계란은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다 채식주의자도 여러 분류라는 것을 알게됐다.

푸르츠테리안(Fruitarian) : 열매만 먹는 사람들. 보통 종교적 신념이나 생명론적 입장 때문

비건(Vegan) : 육류와 생선은 물론, 벌꿀과 유제품까지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락토(Lacto) : 유제품은 먹지만 달걀은 먹지 않은 채식주의자

오보 베지터리안(Ovo vegetarian) : 달걀과 식물성 식품을 먹는 채식주의자

락토 오보(Lacto-Ovo) : 유제품과 달걀을 먹는 채식주의자

세스코(Cesco) 또는 페스코(Pesco) : 유제품과 달걀, 생선은 먹는 채식주의자

세미(Semi) : 유제품, 달걀, 생선에 닭고기까지 먹는 채식주의자

이 분류에 의하면 나는 세스코이다. 

이런 저런 글을 읽어보니 채식은 개인의 특별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현방식이라는 말이 있다. 공감한다. 세상에 대한 고민과 사랑의 표현이라는 말도 와 닿는다.

 

문제는 회사. 회식이나 점심 때 고기 앞에 두고 제사 지내고 있으면 분위기가 망가진다. 이럴 때는 조금 먹는 시늉을 하다 눈치껏 접는다. 가족들이 고개를 애타게 원할 때도 같이 가서 분위기 망치지 않고 조금 먹는 듯 하다 그친다.

한번에 만족 못하지만, 점점 정도는 더해 가는 것 같다. 마치 담배를 끊을 때와 같다. 요즘 닭고기는 거의 먹지를 않았다. 닭고기는 이제 분위기를 망치는 한이 있어도 좀 힘들다.

고기를 잘 먹지 않으니 가끔 고기를 먹으면 냄새에 민감해진다. 먹고 싶어도 많이 먹을 수가 없다. 생선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특정 조리법으로 조리한 생선을 먹기 힘들다.

이 시도가 얼마나 갈지 나도 궁금하다. 점점 정도를 더해가는데.. 사진은 두부 스테이크입니다. 이게 참.. 고기 버금가는 맛이더군요. 문제는 이런 음식을 맛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흔하지가 않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