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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스페인 경제위기… 프리메라리가 2류로 전락할까?

by walk around 2010. 5. 3.

스페인 경제가 흔들린다고 합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스앤푸어스(S&P)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지난달 28일 한단계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래봤자, AA+에서 AA로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S&P는 신용등급을 내리면서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앞날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는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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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2%라고 합니다. 요즘 유럽을 흔들고 있는 그리스의 13.6%에 근접했고, 제2의 그리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포루투갈의 재정적자 9.4%보다는 오히려 높습니다.

오늘 경제신문을 보니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그리스 위기는 재정적자 문제를 안고 있는 연쇄적인 국가채무 위기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합니다. 이 말대로라면 스페인은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은 셈입니다.(일본도 마찬가지겠군요)

스페인의 국가부채는 GDP의 342%라고 합니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3.6%였다고 합니다. 현재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입니다. 실업률은 무려 20%에 달합니다.

경제가 흔들리면 사람들은 여가비부터 줄이곤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축구에 지불하는 비용을 경제가 어렵다고 쉽게 줄이지 않겠지만, 아무튼 예전처럼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주면서 스타를 영입하는 분위기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IMF 때, K리그 프로구단이 수백억 이적료를 주고 스타를 데리고 왔다면 아마 큰 비난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류 선수들도 경제가 기울고 있는 국가의 리그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프리메라리가의 영광은 2000년대 초반까지 스페인을 호황으로 이끈 건축과 부동산 붐이 기여한 측면이 있습니다. 경제의 호황이 리그의 수준 상승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물론 프리메라리가가 쉽게 2류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스페인 경제 호황이후 스페인이 저성장 기조에 돌입한 이후에도 여전히 레알마드리드는 호날두, 카카 등 비싼 선수를 잇따라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프리메라리가에서 초대형 선수를 다수 영입하는 구단은 사실상 레알마드리드와 베르셀로나 두 팀 정도입니다. 다른 팀들은 팀 운영 규모가 차이가 많이 납니다. 따라서 경제가 다소 위축된다고 해도 스페인 규모의 나라에서 두개의 빅클럽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를 18번 정복한 리버풀이 최근 재정이 대폭 개선됐음에도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습니다. 2008년 6월 시작된 6만석 규모의 새 경기장 신축도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때 잘나가는가 싶던 포츠머스는 프리미어리그 사상 처음으로 법정관리 상태입니다. 올해 영국도 경제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가운데, 포츠머스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85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08년에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메인 스폰서였던 XL레저그룹이 망했고, 볼턴 원더러스는 리복이 스폰서십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AIG가 위기를 겪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내년에는 입장권 판매 수익이 사상 처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상만 거듭하던 티켓가격이 잇따라 할인되고 있다고 합니다.

프리미어리그 여러구단의 자금난 속에 아시아와 중동의 자금이 구단을 인수하는 등 지각변동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UAE의 아부다비그룹이 인수한 맨체스터시티입니다. 불황 속에 아데바요르, 테베스 데리고 오는 등 요즘 풍족한 살림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시간이 갈수록 극동 국가의 리그가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큰 손이라면 쇠락하는 유럽의 구단을 비싼 돈주고 사기보다는 한국이나 중국의 구단을 사거나, 아니면 하위리그에 하나 만들어서 진출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중동리그 팀들이 오일달러를 비경으로 요즘 반짝 부상하고 있지만, 역시 석유고갈과 함께 곧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