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football itself

'출전시간' 문제제기, 팀 망친다 … 손흥민 아버지와 이동국 소속팀 최강희 감독의 대응

by walk around 2011. 10. 13.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씨가 12일 대표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의 대표팀 차출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잠시 뛰기위해 왕복 30시간의 비행을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동국 선수가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 10분 뛰었다는 이유로, 소속팀 최강희 감독은 "땜빵용이면 차출하지 마라"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손웅정씨와 최강희 감독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로 동의하기는 힘들다. 동의를 하는 순간 축구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손웅정씨는 아들이 주전급이 되면 불러달라고 했다. 하지만 주전급이라는 말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주전급이라도 컨디션이 나쁘면 빠질 수 있고, 상대팀에 따라 쉴 수도 있다. 주전, 서브 모두 한 팀이고 경기에 뛰지 않더라도 함께 팀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어느 팀이나 벤치를 지키는 선수는 있기 마련이다. 벤치를 거쳐야 소위 주전급이 되는 것이다. 벤치를 거치지 않고 밖에서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다가 '한방에' 주전이 되어 컴백한다면 다른 벤치 선수들은 무엇인가. 그들은 단지 이동거리가 짧아서 또는 덜 유명해서 말없이 질질 끌려 다녀야 하는 것인가.

현장에서 A매치를 보고, 같이 훈련하는 것 자체가 경험이다. 힘들더라도 여건이 될 때 오가며 내공을 쌓아야 국제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실 클럽경기와 국가대항전은 완전히 다르다. K리그에서 명성을 떨치던 김현석, 윤상철 등은 국가대항전에서는 높은 이름 값에 버금가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메시도 클럽과 국가대항전에서의 실적(?)이 다르다.

특정 선수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 대표팀에 차출한다는 것은 팀웍에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월드컵으로 치면 "예선은 힘드니까 안뛰고, 본선 진출하면 불러라"고 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손 선수 아버지의 아들을 향한 뜨거운 부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면서 아들의 멘탈에 악영향을 주었다. 팬과 언론인 앞에서 전화기를 들고 흥분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고, 그 옆에 있는 아들도 보도되었으니, 어린 아들이 얼마나 난감할까. 이런 심정이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이야기는 조용히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친선경기 등에는 차출을 자체하고, 정식 예선전 중 중동 등 유렵에서 가까운 경기에 부르고 홈경기 때는 K리그 선수들 한두명 더 차출라는 식으로 상생을 도모했어야 한다고 본다. 또 부상이 있을 때 '틈을 통해' 선처(?)를 호소하는 전략전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지금 분위기는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잘 나가는 우리 아들 건들지 마라"는 것처럼 보인다. 아쉽다.


이동국 선수 출전 시간에 대한 최강희 감독의 반응은 뭐랄까 전략적이라는 느낌이다. 아마 진심은 아닐 것이다. 국내 초대형 선수, 게다가 팀의 대한 기여도가 절대적인 선수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최강희 감독 정도라면 출전시간 문제로 감독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일반화되면 축구 감독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출전시간이라는 것은 너무나 민감한 문제다. 그렇다고 매번 문제를 제기하면 감독의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지고 급기야 선수에게 끌려다니게 된다.

내가 지지하는 부천FC의 경우도 선수들이 감독에게 출전시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때 팀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대표팀이라고 다를 것 없다. 이를 모를리 없는 최 감독은 최근 대표팀에 합류해 전술적으로 녹아들지 못한 이동국 선수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지금 챔피언스컵 등으로 절실한 선수인 이동국 선수가 몸 또는 마음에 부상을 입기 전에 아예 빼오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쨌든간에 최강희 감독처럼 영향력이 있는 감독이 선수의 출전시간을 문제로 제기한 것은 좀 아쉬웠고, 차라리 "이동국은 어떤 어떤 전술에서 빛이 나는 선수인데, 대표팀은 컬러가 좀 다른 것 같다" 또는 "이동국 선수 활용법은 내가 잘 아는데, 조광래 감독에게 말을 해줘야겠다", "메시도 소속팀에서 날고, 대표팀에서는 다소 부진하다" 는 식으로 이동국 선수의 멘탈을 살려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긴 그렇게 안해도 이동국 선수는 이 정도 이겨낼 정도로 노련한 선수라고는 생각한다. 최 감독이 이 선수를 상당히 아끼는 듯.

아무튼 선수와 선수 주변에서 출전시간으로 문제제기하는 순간 팀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선수 멘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논의는 조용히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케이스들은 좀 세련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