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football itself

폭풍 감동 … 스완지시티가 0-3으로 지다가 만회골 넣던 순간

by walk around 2011. 9. 25.

3-0으로 지고있었고 경기 종료는 대략 5분 남았다. 여기서 만회골이 터졌다. 승부에는 그다지 큰 영향이 없는 상황. 그러나 팬들은 열광했다. 보란듯이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다.

오늘 2011.9.25(일) 아침부터 참 감동적인 장면을 보았다. 첼시와 스완지시티의 경기. 스완지시티는 토레스, 하미레스에게 연속골을 얻어맞고 3-0으로 지고 있었다. 경기장은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

후반 41분 애쉴리 윌리암스의 만회골이 터졌다. 여기서 대규모 스완지시티 원정팬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골을 넣은 애쉴리 윌리안스의 표정도 좋았다. 좋다못해 아름다웠다.


그들은 왜 대패의 현장에서 웃을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검색을 했다가 더 놀랐다. 우선 스완지시티는 웨일즈주의 팀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웨일즈팀이 속해 있는 것이다. 아시겠지만 영국은 축구협회가 4개이고 월드컵도 따로 나간다. 웨일즈는 월드컵에 참가하는 영국의 4개 지역 중 하나지만, 축구가 그 동네에서는 강한 곳은 아니다. 긱스라는 영웅을 보유하고도 본선은 오리무중이었던 곳이다.

그런데 이 팀이 예전부터 잉글랜드 리그에서 활동을 하고 또 1부리그에 올랐다. 창단이 1912년인데, 창단 후 100년만에 처음으로 1부리그에 오른 것이다!

다시말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엄청난 약팀이 무지막지한 강팀인 첼시로, 그것도 원정을 떠났으며 스완지시티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이름만 듣던 토레스, 테리, 드록바 같은 선수들과 같이 뛰는 것도 벅차 죽겠는데, 원투쓰리 얻어 맞았지만, 전반 토레스 퇴장 때 가슴 터질 법한 꿈을 꾸기 시작하고도 여의치 않다가 막판에 만회골을 넣은 것이다.

이때 해설자의 아주 시의적절한 멘트가 이어졌다.

"이 스완지시티가 1983년에 스탬포드브릿지에서 한골을 넣은 적이 있었거든요. 6-1로 패할 때"

하지만, 이번에는 3골만(?) 먹은 상태에서 한 골을 넣은 쾌거를 이룬 것이다. 골을 넣고 드록바에게 4-1이 되는 쐐기골을 얻어 맞기 전까지 역 5분간. 스탬포드 브릿지에는 스완지시티 팬들의 한풀이 합창이 계속되었고, 홈팬을 압도했다.

클레멘타인 변주곡. ㅎㅎ



웃고 껴안고 난리 났다. 3실점 후 막판에 1득점을 하는 순간. 창단 100년만에 프리미어리그에 올랐고, 첼시를 만나기전 웨스트브롬위치와 경기에서는 무려 3-0 승리를 거둔 뒤이다. 10일에는 아스날과 접전 끝에 1-0으로 패했다. 스완지시티 팬들의 2011년은 천국이 아닐까. 부천FC에게도 이런 날이 올 것이다.



골을 넣은 선수는 웨일즈 출신이다. 웨일즈 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웨일즈 출신 선수의 골로 첼시를 상대로 1득점을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만세하는 대머리 아저씨들. 저 아저씨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스완지시티에게 이런 날이 오기를 꿈꾸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길래 이런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 것일까. 저 사람들도 마음 편하게 웨일즈의 영웅 긱스가 있는 맨유 응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이 축구의 룰이기 때문이다.

축구의 룰.. 나의 지역의 팀을 축구 수준이나 리그의 수준에 상관없이 대를 이어 성원하는 것. 부천FC의 진성 팬들이 부천SK의 야반도주 연고이전 이후에도 이웃 인천유나니티드나 수원삼성, FC서울로 가지 않은 이유와 같다. 부천FC가 사라지면? 축구 안보면 되는 거다.

관련 글 : 부천FC가 선물한 5분의 천국같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