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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천FC 1995

서유전 참패가 멘붕을 부르는 이유(2012. 4. 14)

by walk around 2012. 4. 15.

부천FC가 14일 홈에서 서울유나이티드에게 패했다. 이번 경기의 패배의 후유증이 크다. 앞으로 서너 경기를 연달아 이긴다고 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짜증이 나고, 그간 구단을 위해 노력한 것도 무슨 짓이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가 난다. 이유가 뭘까.

 

그보다 앞서 자신 있었던 이번 경기에서 패한 이유가 뭘까? 부천FC는 왜 일주일만에 이상한 팀이 되었나를 먼저 이야기해야 겠다.

 

이번 경기의 패인은 복합적이다. 내 생각과 실제 원인이 다를 수 있으나 일단 정리를 하면 아래와 같다.

 

1. 지난 목요일 훈련이 저녁 훈련에서 낮 훈련으로 갑자기 변경이 되면서 선수들의 발란스가 깨졌다.
2. 스타팅을 생각되는 선수들이 대기 명단으로 빠지면서 팀의 조직력에 되레 악영향을 주었다.
3. 비교적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긴장했다.
4. 한편으로는 전력상 우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준비가 부족했다.
5. 컨디션 조절 실패

 

 

 

 

이런 요소들이 마구 뒤섞여서 결국 경기는 엉망이 되고 말았는데, 각 요소별 비중은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선 선수들은 1번과 2번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고, 팬들은 위 요소에는 없지만 선수와 구단을 아끼는 마음에 문제를 심판으로 돌릴 수 있다. 구단 관계자들은 4번과 5번에 무게를 두게 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5번 - 4번 - 2번 - 1번 - 3번 순서로 원인이라 생각한다.(3번과 4번이 이율배반인데.. 멘탈에는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1,2번도 커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상대 선수를 앞에 두고, 킥을 하고 수비진에서 아슬아슬한 패스를 하고, 위험지역에서 공을 끌고, 크로스 골대 뒤로 날리고, 코너킥도 골대 뒤로 날리는 등의 플레이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상대 크로스가 우리 골대 앞을 베고 지나갈 때 서너명의 수비수가 멍 하니 서 있었던 상황, 상대가 미들에게 툭툭 치고 올라오거나 패스를 할 때 공간을 내주는 상황 등도 평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예산전에서 보여주던 파이팅은 온데간데 없었다.

 

전반이 끝난 후 관중석의 중평은 "몸이 무거워 보인다"였다. 전반전은 지루했는지 관중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땀도 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개인 움직임은 선수 개인의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4번 요소의 경우, 서유는 나이든 조기축구팀 같은 팀이다. 키핑능력과 킥, 그리고 시야가 비교적 넓은 선수들이 각자 자리에 포진하고 힘 많이 들이지 않고 툭툭 패스하다가 맷집 좋고 결정력 있는 공격수에게 찔러주면 결정하는 식이다. 전통적으로 부천FC는 이런 능구렁이 스타일 팀에게 약하긴 했다.

 

이런 팀이 미들에게 자유롭게 킥하고 패스하게 두었으니 경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는 준비부족 아니면 컨디션 난조일 것이다. (이 부분은 4번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선제골도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1번은 양날의 칼이다. 홈 구장에 대한 적응도를 키우기 위해 훈련 시간을 바꾼 것이 약이 될 수도 있고, 갑자기 스케줄을 바꿔서 리듬이 깨지고 기분이 상한 것은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 하나가 팀을 설레는 팀에서 지루한 팀으로 변화시킬 정도로 예민한 요소라면 축구단 운영은 어린이 합창단 운영만큼이나 섬세해야할 것인가. 경기 후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여론도 일단은 거의 없긴 했다. 이런 식의 훈련시간 변경에는 반대하고, 또 앞으로 이런 식의 훈련 변경은 부천시 시설관리공단의 업무 프로세스상 거의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2번이 안팎에서 많이 제기된 문제이다. 구단의 수당 체계가 변하면서 경기에 뛴 선수와 뛰지 못하는 선수들 사이의 갭이 과거보다 커졌다. 이런 상황을 하는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눈치다. 또 운이 좋게도 경찰청과 FA컵, 예산과 경기에서는 또 이런 방식이 재미를 봤다. 선수들 사이에도 붙박이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 경쟁을 유도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하필 서유전 때는 변화의 폭이 좀 컷고, 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못했다. 후반에 주로 스타팅을 뛰던 선수들을 투입하며 분위기가 반전이 됐지만, 결정적 찬스를 놓치는 등 운이 없었다. "들어갔다"며 "골!"하며 일어난 것이 두번이 넘는다.

 

기회는 스타팅이 아니라 교체를 통해 주어져야할 것 같다. 그것도 승리가 확정적일 때. 스타팅과 대기의 차이로 수당에 차이가 나는 것은 축구팀이면 어디에서나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이 경기는 후유증이 크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서유전 티켓 판매량은 개막전보다 많았다. 심지어 경기장 사용료의 두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었다! 관중 수는 개막전보다 적었지만, 당시에는 흥행을 위해 뿌린 학생용 초대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이번 경기는 관중은 줄었지만 유료관중이 늘었다. 경기장 이용료를 많이 할인 받고 있지만, 한국 축구단 중 입장수익으로 경기장 사용료를 충당하고 돈이 남는 구단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관중들 앞에서 패했으니 너무 아쉽다. 이번 경기 이겼으면 다음 경기는 유료관중이 두배로 늘어날 태세였는데, 어쩌면 이럴 수 있나. 추가골 실점하면서 관중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남녀 중고생들이 대거 찾았다가 실망한 점도 아쉽다. 특히 어제 경기에는 여고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구단과 팬은 올해 구단 운영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의 강도가 실로 엄청나다. 물론 서유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원정 팬이 10명 남짓이라는 점은 구단 운영에 의문을 들게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 결과가 어제 경기라면 구단을 위해 뭘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이번 경기에는 구단 대표가 개인적으로 회식 + 알파를 걸었다. 그만큼 기대와 바람이 컷다. 경기 홍보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각종 홍보를 한 것도 가슴 먹먹하게 했다. 그런 부수적 노력에 따른 결과가 어제 경기라는 것도 믿고 싶지 않다.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작금의 멘붕을 초래했다. 이 경기 이후 상당기간 경기가 없다는 게 더 화난다. 경기라도 있어야 승리도 덮고 안정을 찾을 텐데, 이 기분으로 몇주를 지내야 하다니! 일정이 이러했다면 선수들도 모든 걸 쏟아 부었어야 했다.

 

심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결정적인 여러 찬스가 있었다는 것은 판정이 절대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들에서 잡고, 찬스에서 약간 더 정교했으면 이기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