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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피도 눈물도 없는 프로의 세계에서,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by walk around 2013. 8. 20.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아직은 비판보다 성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부천 FC 1995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갔을 때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선수단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이다. SNS나 인터뷰에서 자주 보고 듣는다.

 

아주 자연스러운 말이다. 말도 된다. 듣기에도 좋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들으면 그냥 넘어가면 되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이 이상하게만 들린다. 

 

개인적으로 축구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예로 드는 것인데, 식당의 비유이다. 여기 식당이 있다. 새로 오픈했다. 주민들의 기대가 컷다. 그런데 음식 맛이 영 별로다. 이때 종업원이 말한다.

 

"아직 초기라서요. 양해해 주세요. 성원해 주시면 더 좋은 맛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해되는가? 나는 돈과 시간을 썼다. 그 돈으로 이 사람들 월급이 나간다. 그런데 뭘 이해해 달라는 것인가. 맛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쿨 하게 "네"하고 나가면 그 식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뭐는 짜고 뭐는 달고 뭐는 조미료 맛이 나고, 반찬 리필은 늦었고 등등 조목조목 말해줘야 한다. 식당 입장에서는 듣기에 불편하다. 하지만 이를 듣고 개선하다보면 최고가 될 수 있다.

 

부천FC는 프로다. 쉽게 말해서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직업인이다. 관중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경기를 보러간다. 이런 관중에게 플레이어는 최고의 서비스(경기력)을 보여줘야할 의무가 있다.

 

 

 

 

안스러운 마음에, 너무 팀을 사랑한 나머지 선수에 대한 비판을 하면 팬 중에서 누군가가 선수들에 대한 비판을 방어해주기도 한다.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팀에 대한 비판은 팬의 특권이다. 비판에도 수위가 있고, 논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고 비판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 팀은 선수들이 어리고, 초기라서요.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이런 어이없는 말이 있나. 여기서는 그냥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 응원을 하고 말고는 팬이 경기를 보고 결정을 하는 것이다. 식당 음식 맛은 먹어보고 결정하는 것이지 감성에 호소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부천FC에는 갓 대학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많다. 주변에는 이기나 지나 격려하는 부모님들과 관계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르다. 그들은 프로를 선택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전쟁터에 나오게 된 것이다. 비난에 비판에 흔들리고 원망을 하기 시작하면 거기서 끝이다. 그냥 그 수준에 머물게 된다.

 

두려운면 독해져야 한다. "너희들이 감히 나를..."이라는 오기도 있어야 한다. 지금 선수들 말고도 프로 진입을 원하는 수천 명의 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욕을 먹어도 좋으니 프로에 가고 싶다"며 몸부림을 치고 있다. 비록 2부 리그라고 하지만, 커다란 축구판에서는 정점이다. 까딱하면 자리가 없는 바늘방석이다. 대신 여기서 잘 될 경우, 일반 직장인은 꿈도 꿀 수 없는 나이에 부에 명예를 갖게 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이다.

 

이런 업계(?) 분위기에서 내가 잘 하든 못하든, 이기든 지든 따뜻한 격려를 받겠다는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못하면 내가 선발됐을 때 "하필 2부리그에 가다니"라고 절규했던 그 리그에서도 그들의 자리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는 오래 전부터 하고 싶던 말인데, 최근 부천FC 경기에서 독기와 열정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야기할 타이밍이라 생각했다. 부천FC의 성적 자체는 예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경기에서 보여지는 날이 선 모습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