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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부천FC 분위기 쇄신을 위한 2가지 접근법

by walk around 2013. 8. 20.

축구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나보다 먼저 축구팬 집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형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곤 했는데, 그 중 이런 말이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의 전설이 된 한 선수는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라커룸에서부터 입에 마우스피스를 물었데. 밖에서 서포터들의 공포스러운 응원 소리를 듣고 긴장이 되서 이를 악무는 바람에 이가 상해서 그랬다는군."

 

인터넷에서 봤다는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인 팀 이름, 선수 이름과 함께 나에게 제공된 정보이지만, 난 같은 정보를 구글에서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두리뭉실하게 넘어간다.

 

대신 유사한 이야기는 수두룩 하게 찾았다. 내용들을 대략 "선수들이 (라이벌전 또는 더비) 경기에서 패할 경우 팬들의 소요사태에 직면할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팬들이 두려워서 사생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 등이다. football players  fear fan afraid 등을 키워드로 웃기는 기사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이게 프로축구의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축구보다가 사리 만들 일 있나. 축구팬은 자기 돈 내고, 자기 시간 써서 서비스를 향유하러 온 소비자이다. 소비자가 경기당 몇 천 원 이상의 돈을 쓰고 입장한 후에는 선수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요구한다. 그럴 자격은 충분하다. 고객이 없으면 서비스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동양에 있다가 처음으로 유럽에 간 박지성에게도 네덜란드 팬들은 "처음이니까..", "어리니까..." 용서하기는 커녕 홈에서 홈 팬들의 야유를 선사했다. 이걸 이겨내야 한 단계 올라서는 것이다.

 

 

 

 

여기서 부진 탈출을 위한 첫 번째 제안을 한다면, 팬의 비판을 막거나 피하려 하지 말고 극복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말로 글로 상황을 만회하려 하지 말고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보일 생각을 해야한다. 팬들은 선수나 코칭 스탭이 꼬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싫어한다. 처음에는 몇 번 넘어간다. 그러나 곧 지친다.

 

서포터나 팬들은 역시 위 사례를 보면서 선수들에게 공포를 선사해야 한다. 팬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와 상관없이 하나가 된 한 목소리가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 단 둘이라도 통일된 목소리는 힘이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세부적인 요건이 있겠으나 나중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일단은 경기 중과 전후에 위압감을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중간중간 개별적인 고성(이 경우 대부분이 욕설)은 역효과다. 욕 하는 어른의 지시와 위압감을 주는 어른의 지시 중 어떤 것을 받들고 싶은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개별적인 욕설은 구단을 망치기 위해 온 스파이가 하는 짓으로 의심될 정도다.

 

가령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치자. 그때 인사하러 온 선수들에게 개별적으로 욕을 하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조용히 등을 보이며 돌아서 보라. 아니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만 손으로 엑스 표시를 하고 서 보라. 분위기가 엄중하고 엄숙할 것이다. 여기서 "이 새끼들아 똑 바로해!" 같이 망하는 거다.

 

부진 탈출을 위한 두번쩨 제안공포를 유발할 정도의 강력한 서포터의 조직적 응원이다.

 

프로 팀만 있으면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생기니 욕심이 생긴다. 어떻게 하다보니 선수 자원도 좋아서 해볼만 할 것 같다. 조금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안 되고 있다. 될들말듯한 이 분위기를 반드시 깨야 한다. 승강이 문제가 아니라 팬들은 매 경기를 보며 일상의 희망을 얻는다. 매 경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승부이며 역사가 되는 기록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