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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football itself

성남일화의 시민구단 창단, 본격적으로 가시밭길에…

by walk around 2013. 11. 23.

몇 일 전만 해도 성남일화의 시민구단 전환은 아무런 걸림돌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시민주주 청약 신청을 받는 가판이 설치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성남시의회가 반대를 하고 나서면서 성남시민구단 추진은 안개에 휩싸였다.

 

처음 이재명 시장이 성남일화의 시민구단 전환을 선언하고, 서포터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낼 때 약간 의아했다. 아무리 작은 지자체라도 의회가 있는 곳이라면 수십억 원 예산을 갑자기 뽑아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특히 시의회 설득이 만만치 않다. 갑자기 큰 할 일이 떨어진 관료사회의 저항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뭔가 다 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다니, 무모하거나, 대단하거나.

 

시간상으로 볼 때, 시의회나 내부 직원들에 대한 분위기 다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일단 자치단체장이 지르고 수습은 뒤에 하는 것으로 미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2012년 말 부천시청에 구단 프로화를 위해 브리핑을 갔을 때 촬영. 당시 부천FC 3부리그 머플러와 2002년 월드컵 당시 부천종합운동장에 몰린 시민들 사진을 보며 프로화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졌던 기억이 난다. 이런 설명 작업을 20번 이상 한 것 같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자체 시의회가 이런 식으로 끌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도에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민주당 소속 또는 다른 진보정당 의원들도 일부 반감이 있을 것이다. 사실 지자체 의회라는 곳이 소속 정당을 떠나 상당히 내부 컨센서스가 높은 조직이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얼굴을 본 사이다. 정책을 보는 간극이 드라마틱하게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시장을 포함한 시 집행부에 대한 인식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성남은 구단을 K리그 클래식에 유지시키려 한다. 최소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를 연말에 갑자기 뽑아낼 방법이 없을 것이다. 관내 기업에서 후원을 받기도 어렵다. 경기도 좋지 않고, 강압적으로 나갔다가는 여론도 좋지 않게 흐를 것이다. 내년 예산에 반영해야할 텐데, 지금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0억 원은 상당히 크다.

 

이재명 시장이 시의회와 평소 관계가 어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의회가 발끈해서 나온이상 쉽게 물러서지도 않을 것 같다. 지자체 의회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주관이 강한 곳이다. 설득이 만만치 않은 조직이고, 시간이 필요한 조직이다.

 

 

 

(사진)시청에 내걸린 프로 부천FC 관련 일정 현수막. 저 한 장의 현수막 사진을 몇 번을 보고 또 봤다. 구단이 아닌 다른 조직이 구단 관련 행사 안내를 위해 스스로 현수막을 제작해 내 걸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다. 이제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것도 초대형으로 시청 건물 한 가운데에!

 

부천도 창단 과정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다. 이 과정에서 부천FC 팬들은 시의회의 매커니즘과 시의원들의 이름과 소속 정당 그리고 관심사, 심지어 소속 상임위 등까지 모두 외우게 되는, 이른 바 풀뿌리 정치에 관심을 갖는 진정한 로컬 시티즌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가졌다.

 

성남의 팬들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야 할 것 같다. 생각보다 시에 의원 수가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을 것이다. 설득이 필요한 대상이 적지 않다. 중간에 뜻대로 안된다고 경기장에서처럼 열정을 폭발했다가는 배가 영영 산으로 살 수도 있다. 빠르게, 꾸준하게, 전폭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전폭으로 나섰는데,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면 제3자가 보기에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100억 원이상을 쓰라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심어줄 수도 있다. 고려할 것이 많다. (이 경우 차라리 전문 설명팀을 구성해 이 팀이 대표로 죽자살자 뛰는 것도 방법)

 

그래도 확보해야하는 예산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기사만 봐서 사실과 다를 수 있지만) 추진 전략이 다소 나이브한 것 같기도 한다. 11월 23일.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이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