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는 구단과 일반 팬에게는 때로는 짜증나는 존재입니다. 한참 좋다가도 갑자기 폭력적인 모습으로 돌변하기도 하고, 욕설을 해서 아이와 함께 경기장에 온 부모님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합니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유럽이나 남미의 대부분의 서포터는 구매력마저 평균이하입니다. 서포터가 입장권이 가장 싼 골대 뒤에 모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15년 가까이 축구장을 드나들면서 서포터에 대한 구단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접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돈도 안되는 것들이 말이 많다"는 말은 기본입니다. 심지어 멀리 원정을 가는 구단을 따라 응원을 한다고 갔는데, 면전에서 "참 할일도 없는 양반이구만"이라는 구단 관계자의 자상하신 지적도 들어봤습니다. 하긴 연간 100억~200억원짜리 예산의 축구단을 운영하는 마당에, 몇백 명의 서포터가 내는 입장료는 구단의 생존에 도움이 안되는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포터는 축구단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축구장에는 경기 상황에 따라 격하게 반응하는 그들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명문 구단들이 주축을 이루는 팬들에게 진력이 나버린 것은,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일 아닐까? 젊은 노동자계급과 하층계급 남성들은 이따금 골치 아프고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가져오니까 말이다. 구단 임원들은 그들 스스로가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며, 새로운 마케팅 대상이 되는 중산층 가족들은 질서있게 행동할 뿐만 아니라, 돈도 훨씬 더 많이 낼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Fever Pitch>의 내용을 보면 서포터에 대한 잉글랜드 명문구단의 입장이 나타나있습니다. 특히 힐스보로 사건 등 경기장 참사 사건이후 잉글랜드 경기장의 서포터는 설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게다가 입장권 가격이 극적으로 인상되어 주로 노동자 계층인 서포터들은 더욱 경기장 입장이 어려워졌습니다.(이런 상황이 맨체스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들에 의한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같은 팀이 태동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닉 혼비는 "책임감이나 공정성, 축구팀이 지역사회에서 맡는 역할과 같은 중요한 문제들을 무시한 것이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역 축구단은 지역민에게 봉사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역 축구단은 지역의 대표이며, 지역 주민들이 경기장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팬까리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합니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다보니 더 큰 구단이 못된다면, 구단의 경제적 성장은 과감히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구단이 어떤 수준의 리그에서 뛰느냐가 아니라, 지역민 사이에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느냐 입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구단에게 서포터가 중요한 이유가 아니라, 서포터에 대한 구단의 역할로 빠진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서포터를 보기위해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포터의 힘찬 응원이 없다면 축구장은 공허할 것입니다.

대형 축구장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일부는 남의 감정과 공감하고 이입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왜냐하면 자신이 노스 뱅크나 코프(리버풀 홈서포터의 전용 관중석), 혹은 스트라트포드 엔드(맨유 홈서포터 좌석)에 서 있는 것이아니라면, 남들이 그런 분위기를 제공해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축구 관람 체험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닉 혼비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그들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이 힘들여 축구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중요한 것은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아스날이) 1975년과 1976년처럼 강등 위기에 처해서도 안 되고, 1981년에서 1987년까지 그랬던 것처럼 5년이 넘도록 결승전에 단 한번도 오르지 못해서도 안 돼. 우리같은 얼간이들은 그런 것을 참아주었고, 아스날 자네가 아무리 형편없어도 최소한 2만명은 모여줬지만, 이 새로운 관중들(중산층 이상)은, 글쎄올시다."

부천SK가 제주로 떠난 후, 서포터즈클럽 헤르메스는 3부리그 부천FC를 창단했습니다. 이들이 닉 혼비가 말하는 '새로운 관중'이라면 이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들은 오직 '부천'만 아는 얼간이들이었기 때문에 하부리그 팀을 만든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바로 구단에 서포터가 왜 중요한지 말해줍니다.

과거 부천SK 시철 기록적인 13연패를 해도 경기장에 나갔고, 팀이 사라진 후 새로 생긴 팀이 예전에 응원하던 팀의 100분의 1규모의 팀이라도 경기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바로 서포터입니다. 그러고보니 서포터는 구단에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구단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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