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팬들이 심판에게 불평을 하는 것은 일종의 기본권과도 같다. 패배의 책임을 얼마든지 다른 데로 전가할 수 있는데, 그토록 사랑하는 팀을 욕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공감 200%의 문구입니다. <축구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는가>에 나오는 말입니다. 책에서는 "셀틱 팬들은 정말 특이하다. 그들은 심판들이 자기 팀에 불리한 판정을 한다고 믿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그런 사건들을 결정적으로 입증했다고 믿기까지 한다"고 지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부천FC가 경기에서 졌을 때, 패배의 첫번째 책임은 당연히 경기를 한 선수들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책임'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상대 선수보다 우리 선수들의 처우가 낮을 수도 있고, 구단 사정으로 훈련량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다 이긴 경기이지만 말 그대로 운이 없어서 질 수도 있습니다. 태업으로 지는 경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선수들이 패배를 의도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경기에서 패하면 일단 선수들을 원망하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함께 가야할 그리고 그토록 사랑하는 선수들과 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장 만만한(?) 상대는 일단 심판입니다. 게다가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몇번의 실수도 합니다. 패배의 책임을 지우기 가장 적당한 상대입니다. 

나도 심판욕을 참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가슴이 식은 후 경기 필름을 다시보면 심판은 대부분 '그냥 그럭저럭' 그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기의 결과는 결국 찬스를 놓친 우리의 실수이거나, 경기를 잘한 상대의 탓입니다. 

앞서 소개한 셀틱 팬들의 심판에 대한 비난과 이를 증명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는 '셀틱 편집증'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물론 부천에도 매주 주말마다 나를 포함해 '부천편집증'에 빠진 사람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습니다. 그리고 경기결과가 나쁠 경우, 일단 심판이 입방아에 오릅니다.

셀틱 팬 중에도 셀틱편집증이 사실을 왜곡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경기를 보다보면 그런 차가운 머리는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의 눈에는 오직 그러운드에서 검은 악마들에게 시달리는 초록 천사들만이 보입니다. 지난 주말 부천 팬들이 검은악마에게 시달리는 붉은천사를 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편집증 때문에, 분명히 세계 최고가 아닌, 물론 국내 최고도 아닌 팀의 경기를 보기위해 시간을 쪼개고 돈을 들여서 황금같은 주말에 경기장에 오는 것이겠죠. 

재미있는 점은 이런 과도한 편집증은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심한 것 같다는 점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카톨릭 신자(또는 아일랜드계)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고, 학교에서 쫒겨나고, 개신교 여자와 사랑을 금지당했다고 합니다. <축구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는가>에 나오는 말인데요. 과거에 사로잡혀 현실에 대한 인식이 흐려진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던 팀이 하루아침에 연고지 이전을 하는 바람에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이후 창단과정에서 많은 좌절을 겪은 부천FC의 팬들도 나름 아픔이 있고, 눈물을 흘린 날도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의식도 더 있을 것 같습니다.

부천FC의 팬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우리가 뭘 하려고 하면 날씨도, 심판도, 상황도 안도와 준다", "우리 선수들은 대대로 너무 착하고 순하다" 그래서 뭘 하려고 하면 비가 오고, 심판이 편파적이며, 경기 외 다른 이벤트들이 많이 벌어지고, 선수들이 순해서 맨날 당하기만 하는 것이죠.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어쩌면 과거 때문에 현실을 못보는 측면도 있겠지요. 하지만 할 수 없습니다. 알아도 안되는 것입니다. 모든 상황과 느낌을 섞어서 믹서기에 넣고 돌린 후 빼냏어 보면 부천FC 팬들은 분명 개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2007년 12월 부천FC 창단식입니다. 팬들의 울음과 함성 그리고 합창으로 범벅이었던 꿈같은 창단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팀이니 경기 후 선수단을 비난하긴 힘들겠죠. 일단은 심판이 도마에 오릅니다. 지난 10월 2일 청주에게 홈에서 0-5로 패한 무기력한 경기를 제외하고요.(이때는 간만에 선수들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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