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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book, movie

여름 휴가에 집어든 <나쁜 사마리아인들>, 다시 봐도 굿!

by walk around 2012. 9. 3.

여름 휴가를 떠나며 책장에서 몇 권의 책을 뽑았다. 대략 9일간의 여행. 긴 비행. 많은 책을 읽을 것이라 자부하면서 무려 7권의 책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한권도 다 못 읽었다. 그래도 지난해 휴가 때는 5권을 읽었는데 올해는 실적이 영 저조하다.

 

아무튼 다 읽지 못한 그 한권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었다. 책을 비행기에서 펼치면서 사실 아차! 싶었다. 이미 읽은 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잊고 "이번 기회에 읽자"며 책을 들었던지.

 

더욱 심한 것은 책을 읽으면서 내용은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고, 그 논리와 일부 사례를 대화 중에 인용하고 있었음에도 디테일한 내용은 전혀 새롭게 다가오더라는 것이다. 마치 영화를 한번 더 보면서 "저런 장면이 있었나?"하면서 다시 재미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책의 내용 중 가장 먼저 밑줄을 그은 내용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키케로는 "과거에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항상 어린 아이처럼 지내는 셈이다. 과거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세계는 늘 지식의 유아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라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식자라면 이 말을 상식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체감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 시대의 경제, 정치, 외교, 문화 등 사회 다방면의 많은 과제는 이미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것이다. 하지만 늘 새로운 과제로 생각을 하고 현 시점에서 문제를 풀어가려 한다. 역사가 힘을 못 쓰는 것이다.

 

저자는 "어느 나라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진적으로 현재의 자화상에 맞게끔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 역시 역사가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화제를 많이 바꾸어서.. 우리는 흔히 우리를 원조해준 나라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강요받는다. 그리고 실제로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실제 원조가 원조를 받는 나레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내용은 약간 충격이다. 심지어 투자도 투자를 받는 나라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생소하다. 이런 반전의 사유로 '변동성'을 예로 들고 있는데, 좀 이해가 된다. 간단히 말해서 증시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은 참 덧없다.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다 작살난다. 증비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 분야 어디에 꽃힌 외국 돈이 대부분 그렇다.

 

또 나에게 던져진 새로운 관점이 있다. 바로 모든 기업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건설한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특히 외국 기업의 경우에는 이런 인프라를 향유하는 데 이를 저자는 '무임승차'(세금을 면하는 각종 조치와 함께)로 묘사했다. 일리가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득세한 신자유주의 정통파들은 규제가 없어야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된다고 하는데, 저자는 사례를 들어 이 내용이 허구라고 한다. 이 내용은 마치 (외국인 투자가 활발한) 홍콩 여행 당시 "일반 구성원이 영어를 잘해야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진다"는 말을 허망하게 들었던 것과 같은 느낌이다. 홍콩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를 거의 못했다.

 

"모범적인 국민의 평화롭고 생산적인 일상이 톱뉴스에 보도될리가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과를 내고 있는 국영기업들 역시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독일의 니더작센 주 정부가 폭스바겐의 최대주주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요즘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이 연상되는 구절도 있다.

 

"1980년대 이후로 미국에서는 특허의 독창성 기준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 끝을 접은 샌드위치, 신선하지 않은 빵을 구워서 신선하게 만드는 법, 그네타는 법에 대해서도 특허가 주어지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지적인 노력들이 혼합된 발효조에서 튀어나오는 것인데, 어떤 발명품에 '마지막 손질'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영예를 독차지 하는 것이 정당한가는 의문"

 

또한 산업화 이전에 일본인들이 게으로다는 평을 받았다는 점, 독일인들이 도둑질을 잘한다는 점 등이 주변의 평이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즉, 근면한 규율있는 문화는 경제발전에 따라가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나중에 아주 자세히 봐야할 부분인데.. 325페이지의 스위스 등의 제조업 비율이야기는 의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