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놈은 3일에 한번 패줘야 한다" 어떻게 시작된 말?

프랑스의 한 정신병원 병동에 유태인 여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환자들은 이 유태인 여성을 조롱했죠. 일부 프랑스인들도 유태인을 무척 싫어하는 모양이죠? 그런데 한 프랑스인이 이 유태인 여성편을 들었다는군요.

유태인 여성과 이 프랑스인은 친하게 지냈을까요? 저는 결과를 소개하는 구절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왜냐면 유태인 여성이 자신편을 들어주던 프랑스인을 향해 "유태인 여자는 다 없애야 한다"고 말하며 등을 돌렸다는 책의 설명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치에 의한 유태인 학살 장면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동족을 배반하고 나치에 붙은 사람들이 있었다.

프란츠 파농의 <검은피부 하얀가면>에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정도는 많이 낮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을 본 일이 있습니다. 한 회사의 계약직 직원이 계약직 직원 고용을 강하게 비난하는 노조의 편을 드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이 계약직 직원은 노조 가입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우리 회사는 노조가 더 강력해져야 한다. 이렇게 약해서야 직원들의 고용보장에 도움을 주겠느냐"라고 말하더군요. 제3자였던 저는 이 장면을 보고 참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렇다고 노조가 그 계약직을 정사원으로 바꿔줄 가능성은 제가 볼 땐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상황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요?

정신병원의 유태인 여성과 제가 목격한 이 계약직 직원의 사례는 '반작용 현상'이라고 한다는군요. 자신에 대한 증오와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조상을 부정하면서까지 개인의 안위를 추구해야 할까?
학상 당하고 찢기고 털렸는데도 저쪽 편에서서 같은 주장을 하는 존재들은 뭘까?

처음 <검은피부 하얀가면>이라는 책을 구매하고 읽도록 이끈 이 책의 서평에서는 "정신적 테러를 당한 피지배자는 어느 순간 지배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감시하고 멸시한다. ‘조선놈과 계집은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끔찍한 말을 나에게 건넨 사람은 일본인이 아니라, 일본인이 한국인을 관찰했던 시선을 자기화한 한국인 남성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링크> <검은피부 하얀가면> 서평

또 서평에서는 중국인과 종자가 다른 대만의 원주민들이 자신들을 학살했던 한족의 국가인 중국과 '하나의 중국' 운운하는 정치집단에 투표를 하는 상황을 꼬집기도했습니다.

반작용 현상은 참 슬픈 현상입니다. 자신을 억압하고 착취한 대상의 의견에 동조하여 자신이 존재할 공간을 만드는 일은 비참하기까지 합니다. 과거에 완장차고 마을을 점령한 공산군의 앞잡이가 된 사람이나 일제의 앞잡이로 변절하여 자신이 원래 속했던 커뮤니티를 공격했던 사람들이 반작용 현상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대만 원주민의 모습. 도대체 이들이 어디가 한족과 닮았단 말인가?
그런데 이들은 자신을 학살한 한족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세력에 투표를 할까?
하나의 중국 주장에 동조하는 이유는 또 뭘까? 대만 원주민은 말레이계다. 중국은 하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유태인을 학살할 때, 일부 유태인들은 나치 편에서서 동족을 찾는데 기여했습니다. 심지어 아우슈비츠에서 유태인 시체를 처리한 인력 중 일부는 유태인이었습니다. 지배자의 편에서 반작용 현상을 보이며 자신은 살고자 했으나 결국 모두 죽었습니다.

요즘도 이런 양반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드신 분들인데 그들의 주장은 잘 사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그런 행위가 그들이 숨쉴 공간을 만들어주는지도 모르겠던데…. 심지어 아직도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풍습을, 우리의 전통을 우리를 강점했던 일본의 눈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선놈과 계집은 3일에 한번 패야한다"고 말하는 반작용 현상의 희생자들. 이쪽으로 오시죠. 3일에 한번씩 패드리겠습니다.

내가 속한 커뮤니티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결국 자신의 살아갈 공간을 만들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반작용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 뒤 끝이 좋지 않습니다.

<검은피부 하얀가면>을 읽으며...